🍋90화_바쁘다 바빠 11월의 조각들

2021. 11. 7.

나 가을... 좋아했네...?

11월은 시작되자마자 너무 바빴습니다. 한 주가 이렇게 길 수 있나, 아직도 수요일? 아직도 목요일?을 내내 반복하면서 한 주를 보냈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주말은 왔고, 이번 주말은 특히나 날씨가 좋더라고요. 하루종일 낮잠 자고 뒹굴거리면서 에너지를 비축한 하루를 보내고, 오늘은 밖에 나가서 잠시 바람을 쐬고 왔습니다. 다음주부터는 날씨가 추워지길래, 오늘이 가을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SNS에 수없이 올라오는 단풍 사진을 봐도 별 감흥이 없었고, 가을은 시원해서 좋지 단풍이 예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버스를 타고 산책을 하면서 본 거리가 새삼스럽게 너무 아름다웠어요. 신호등 기다리면서 마주한 가로수가 예쁘고, 남의 집 담장 옆 담쟁이가 예쁘고, 전봇대 옆 은행나무도 너무 예쁘고, 소복소복 밟히는 낙엽 소리도 좋고. 눈길 닿는 곳마다 이렇게 아름다운데, 그동안 나는 왜 몰랐나. 언제 이렇게 가을이 성큼 왔나 싶었습니다.

이렇게 세상의 색이 변할 때까지 제대로 인식을 하지 못했다니! 조금은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아야겠다 싶다가도, '칼퇴를 해도 날이 깜깜해지는 계절이라 어쩔 수 없었어!' 변명하고 싶기도 했던 주말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면 금방 첫눈이 오겠지, 금방 목도리를 두르고 다니겠지. 그러면 또 연말이 오고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갔나! 나는 올해 뭐 했나! 하면서 또 한 해를 돌아보고 있겠지. INFP인 저는 또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습니다. 무엇보다 월요일을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비오는 월요일의 감성을 즐겨보기로 합시다...💌

아무래도 월요일을 맞이할 준비가 안 된

<망고네 슈퍼> 주인장 드림

이 주의 에스프레소 한 잔🌲

왓챠 <킬링이브>

이미 시즌 4까지 나온 데다가, 2019년 산드라 오가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면서 화제가 되었던 작품 <킬링이브>. 이제 와서 추천하는 건 좀 늦지 않았나 싶으면서도, 이 드라마만큼 가을에 어울리는 작품이 어디 있을까 싶어서 가져왔습니다. 사실 <킬링이브>의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평범해 보이는 영국 정보부 요원 '이브'(산드라 오)와 연쇄살인을 저지른 사이코패스 킬러 '빌라넬'(조디 코머)가 서로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다뤘는데요. 킬러와 정보원이라는 상극의 관계에 있지만, 첫만남부터 서로에게 끌리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진진하게 흘러갑니다. 정말 압도적으로 매력적인 두 캐릭터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하고, 숨막히는 추격전과 미묘한 감정 사이에서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어요. 무엇보다 빌라넬의 가지각색 코트와 재킷, 드레스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에 꼭! 이 계절에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 주의 샐러드파스타 한 숟갈🌱

김초엽 "서로 다른 세계가 겹치는 순간에 대해"

Q. 작가님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있어요. <원통 안의 소녀>에 나오는 '노아'라는 이름은 <오래된 협약>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데요. 자주 쓰는 이유가 있나요?

=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요. 편하게 느끼는 이름들이 있어요. 어떤 국적을 갖다 붙여도 어울리는 무국적성이 있는 이름이에요. 노아도 있고, 한나도 자주 써요. 소설 속 인물을 완벽하게 구상하기 전에 이야기 속에 이런 인물을 던져 놓으면 유용하거든요. 개성 있는 이름보다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이름들을 좋아해요. 인물뿐만 아니라 제 소설의 배경도 국적이 흐릿할 때가 많고요.

-[채널예스] 김초엽 "서로 다른 세계가 겹치는 순간에 대해"

영어를 배우거나 스페인어를 배우거나,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면 늘 그 언어권에 맞는 새 이름을 정하는 것으로 시작하곤 했는데요. 그렇게 우당탕 정한 어떤 이름도 그렇게 마음에 들진 않았고, 영어 이름을 부르는 회사로 이직한다면 무슨 이름을 써야 할까 종종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단순히 어감이 예쁜 이름이 아니라, 내 이미지와 유사한 이름을 갖고 싶은데 말이죠. 그런 맥락에서 소설 속 인물들의 이름을 종종 눈여겨 보곤 하는데요. 기억에 딱 남는 개성 있는 이름이 아니라, 오히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이름들'을 좋아한다는 작가님의 관점이 인상깊어서 가져왔습니다. 성별에도 국가에도 시대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 이름. 어떤 이름을 짓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뻗어나갈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진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김초엽 작가님의 독특한 이야기는 이런 사소한 디테일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전문 인터뷰도 추천드려요💌

이 주의 양송이스프 한 숟갈🍂

2am - 어떡하죠 ( 아이유 ver. )

'아이유는 도대체 못하는 게 뭐지?' 하는 마음으로 챙겨보는 콘텐츠 중 <아이유의 팔레트>인데요. 공유, 샤이니, 악동뮤지션 등 다양한 인물들을 초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토크쇼인데, 가장 큰 묘미는 서로의 곡을 바꿔서 부르는 코너입니다. 아이유가 게스트 곡을 커버하고, 게스트가 아이유의 곡을 커버하는 - 아이유가 mc이기 때문에 가능한 코너를 보는 재미가 있는데요. 이번 아이유 버전 '2am - 어떡하죠'를 듣자마자 너무 좋아서 안 가져올 수가 없었어요. 오랜만에 추억 속의 2am 노래들도 다시 꺼내듣고, '시간이 흘러도 추억이 담긴 목소리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구나 '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여 년이 더 흘렀을 때, 어떤 노래로 2020년대를 아련하게 추억하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도 들었고요. 오랜만에 가을맞이 추억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들께, 적극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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