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쓴 새해 인사
여전히 연말엔 시상식을 봅니다. 이젠 챙겨보는 예능도, 드라마도 거의 없어서 시상식의 주인공들을 크게 응원할 사람들이 없어졌지만요.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이랑 거실에 모여서 간단한 야식 만들어먹고, 시상식 보면서 누가 타겠네 예측하는 순간들이 쌓여서 그런 걸까요. 어쩐지 연말엔 다른 것보다도 시상식을 봐야 한 해가 마무리되는 느낌이 듭니다. 시상식 소감을 들을 때면 종종 나라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봐요. 사실 저는 '자기소개'가 제일 싫은 것 중 하나인데요. 모든 사람의 시선이 한순간에 집중되는 게 싫고, 그런 자리에서 센스있고 의미있는 자기소개를 할 자신도 없어서요. 결국 이름과 '잘 부탁드립니다' 같은 뻔한 말들만 하게 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하는 부류입니다. 2~30명이 주목하는 자기소개도 싫은데, 전국으로 생방송되는 무대에서 하는 수상 소감은 어떤 기분일까. 만약 후보가 된다면 철저히 준비를 해야겠지, 그렇지 않으면 이름과 '감사합니다'만 냅다 하고 내려올 테니까.
그렇다면 2023년에 대한 소감을 남긴다면 무슨 말로 열고 닫을 수 있을 것인가. 내가 내 자신에게 상을 준다면 어떤 명목으로 줄 수 있을까. 돌아보니 '선택'이라는 단어가 남더라고요. '선택 상'이라는 말은 좀 이상하니까, 같은 말이지만 올해의 초이스 상을 주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등 이런저런 선택의 기로에 자주 놓였던 해였습니다. 물 흘러가는 대로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결단'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선택들은 참 드문 편이었는데요. 올해는 나에게 제법 영향을 끼치는 선택들을 어떻게든 내려야 했던 해였습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좋은 게 없이 늘 반반인 마음이었는데요. 그래도 결국엔 늘 변화의 쪽을 택했던 것 같아요. 그 덕에 늘 우당탕탕거리는 한 해였지만, 그래도 '해본 게 낫다'고 생각하는 12월 31일이네요. 그거면 올해를 잘 보낸 게 아닐까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스스로에게 어떤 상을 주고 싶으신지, 어떤 수상 소감을 남기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어젠 '올해의 00'을 고르는 연말결산 시간을 가졌는데,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비슷한 순간을 떠올린다면 내가 좋았던 순간이 너도 좋았구나, 싶고. 혹은 아예 잊고 있었는데 좋았던 기억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갤러리를 보면서 하는 것도 좋은데, 무작정 기억에 의존해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들을 정리하는 순간들도 참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크리스마스, 생일 등 그 어떤 기념일보다도 연말이 가장 특별하다고 느끼는 편인데요.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맛있는 거 먹고, 수다 떨고, 많이 웃고, 이거면 됐다! 만족할 수 있는 새해를 보내고 계시길 바랄게요. 새해 사랑과 복과 행운 모두 듬뿍 받으시기를💞
하루 늦게 연말과 새해 인사를 보내는
<망고네 슈퍼> 주인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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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콘텐츠 -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클럽>
사는 게 뭐 별거 있나, 단순하고 평화로운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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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나갈 준비할 때, 아침에 운동할 때, 설거지하고 청소할 때 <김혜리의 필름클럽>을 듣는 게 올해 새로 생긴 루틴이에요. 사실 라디오나 팟캐스트는 다루는 소재, 내용만큼이나 목소리 합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감독, 배우, 줄거리 등 영화 전반적인 내용을 풀어주는 김혜리 기자님, 영화 음악을 파고드는 최다은 라디오PD님,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배우의 입장에서 본 영화를 들려주는 임수정 배우님까지. 차분하지만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땐 함께 들뜨는 세 분의 대화로 아침을 채웠던 한 해였습니다. 요즘엔 영화 보고 같이 수다 떨 기회가 거의 없는데, 좋아했던 영화 에피소드들을 돌려들으며 좋아했던 장면들을 머릿속으로 재생하는 순간들이 참 좋았습니다. 최애 에피소드를 고르긴 참 어려운데, 올해 에피소드 중 고르자면 영화 <괴물>, <거미집 with 김지운 감독님> 를 추천드릴게요! 이전에 소개했던 7월의 일기 한 구절도 같이 덧붙입니다.
되게 소소한 일상을 바라게 된다. 퇴근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가기. 퇴근하고 아껴놨던 유튜브 영상 보면서 밥 먹기. 내내 누워 있고 싶은 만큼 누워 있기. 선풍기 틀어놓고 낮잠 자기 등등. 요즘 사실 제일 행복한 순간은 '김혜리의 필름클럽'을 들으면서 설거지하고 집안을 깨끗하게 치울 때다. 뽀송해진 기분으로 뽀송한 집을 만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요! 사는 건 되게 단순하고, 행복도 되게 단순하구나.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면 오늘 참 좋았다! 행복했다! 집에 잘 들어가! 이런 말을 남기게 되지 않나. 좋았다 그냥. 평화롭고 행복했다. 좋은 순간들은 솔직히 부연 설명이 필요없다. 단순하게 한 단어면 표현이 되는 걸. 뭐가 어쩌구저쩌구 어째서 좋았다, 자세히 쓰려면 쓸 수 있겠지만 그냥 좋은 건 좋은 거다. 좋은 게 좋은 건데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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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드라마 <무빙>
히어로물을 좋아하지 않는 당신에게 추천하는 히어로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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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것보단 이상한 게 좋아요. 멋진 캐릭터들은 나 혼자 잘 살 수 있다 생각하거나,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위치에 있으니까. 어쩐지 우월하고 완벽한 것처럼 보이는 캐릭터들에겐 정이 안 가더라고요. 드라마 <무빙>은 멋진 초능력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이상한 초능력에 집중한 드라마라 좋았어요. "난 왜 이렇게 태어났지?" 어떻게든 초능력을 숨기고 살아가던 아이들이 그게 뭐 어때서?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바라봐줄 때. 숨기기만 했던 초능력의 진가를 서로를 위해 비로소 발휘할 때. 이렇게 쓰면 참 뻔한 이야기인데, <무빙>처럼 몰입할 수 있었던 드라마는 2023년에 없었던 것 같아요. 특히 초반부에 폴짝폴짝 날아올라서 현수막을 뛰어넘으며 그녀에게 날아가던 장면은 역대급 사랑스러운 초능력 장면이 아닐까. <무빙>의 추억을 회상하며 봉석이가 방문한 남산 돈까스집도 다녀왔답니다. 한발 늦게 무빙을 정주행한 터라, 무빙에 대한 수다를 제대로 떨지 못한 게 좀 아쉬워요. 거대한 이야기 속 씩씩함과 사랑스러움을 챙긴 히어로물, 또 만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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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영화 <너와 나>
'사랑해'를 단 한 번도 허투루 쓰지 않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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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을 자주 갔던 해였어요. 영화관에서 본 영화들은 각자 나름대로 좋고 아름다운 구석들이 있었어요. 그 아름다운 구석들을 가끔은 메모장에 적고, 가끔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은 산책하며 곱씹었는데요. 영화 <너와 나>를 본 날엔 메모장에도 적고, 오래오래 산책을 하고 싶었습니다. 조현철 감독님을 실제로 알진 못하지만, 평소 좋아해서 인터뷰나 영상들을 자주 봤는데요. 그 속에서 보였던 모습과 영화가 너무나 닮아 있어서, '나다운 이야기를 만들고 표현한다는 것'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수학여행을 가기 전날, 두 학생들이 보내는 꿈 같은 하루를 다루고 있는 영화인데요. 한 해 동안 본 영화 중 '사랑해'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온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사랑해'가 허투루 쓰이지 않은 영화. 그날 영화를 보고 나와서 썼던 메모의 일부를 같이 남깁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웃긴 사람들이 좋다. 익숙하게 웃기고 익숙하게 받아치고 익숙하게 사랑하는, 그렇지만 타인이기에 결국엔 미워하는 이야기들. 미워하고 싸우고 사랑하면서 커가는 이야기들. 내일을 몰랐던 우리가 현재에 충실했을 때. 그리고 그 순간엔 빛났는지 몰랐지만 빛났던 순간들. 미끄럼틀 타고 내려가는 국수 - 아빠 좋아요 최고야! 따라하게 만드는 아빠와 조이 - 그런 아빠를 쫓아내고 조이에게 수없이 말했던 사랑해 - 잘가를 수없이 반복하고도 뒤돌아 또다시 흔드는 손. 그 모든 사랑의 순간들. 그리고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아는 우리에게 남은 건 '다녀와서 말해줄게! 다녀와서 맛있는 거 먹자!' 하는 약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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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노래 - 죠지 <오래오래>
지금 모습 이대로 남을 순 없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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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새해보단 연말에 어울리는 노래겠지만, 고민하다 새해 첫 곡으로 '오래오래'를 골랐어요. 사실 2023년은 새로운 일에 휩쓸리며 내 자신 챙기기에 바빴던 것 같아요. '안 주고 안 받는 게 편하다'라는 핑계를 대며 생일도, 연말도, 새해도 덜 챙겼거든요. 새해에 도착한 다정한 인사들을 읽으면서, 새해엔 진심 어린 말들을 할 수 있는 여유와 사랑을 품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오래오래, 영원을 말하는 노래지만, 나이가 들수록 영원한 건 없다는 생각에 점점 시니컬해질 때가 많은데요. 어차피 이것도 한 순간인 걸, 그렇게 의미부여할 필요없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방어기제기도 하지만, 그렇게 살면 너무 삭막하지 않나. 새해엔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의 편을 좀 더 들어주고 싶어요.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결국은 사랑을 닮아있지 않나. 하고 있는 일이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든, 오래오래 하고 싶은 마음으로 대한다면 아끼게 될 것 같아요. 새해의 노래로 이 곡을 고른 만큼, 올해는 페스티벌에서 죠지 무대를 라이브로 보면 의미가 남다를 것 같네요. <망고네슈퍼>도 오래오래 함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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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네 이벤트🍋
새해 기념, 열심히 쓰고 읽어요! 주인장이 책 선물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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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그림일기로 하루를 기록하는 ' 오늘의 다은(@todaydaeun)'님의 신간 [좋아서 하는 기록]을 선물할게요! 7년간 25권의 노트에 쉼없이 써온 '오늘의 다은'님의 기록 팁이 가득 담겨있는데, 실제로 쓴 노트 이미지들도 많고 기록 도구, 기록 방법, 기록 환경 등 실질적이고 솔직한 팁이 많이 담겨 있더라고요. 새해에 꾸준히 기록을 남기고 싶은 분들, 인스타툰 등 새로운 콘텐츠를 시작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드려요💞
🍋 이벤트 응모 기간: 2024년 1월 1일 (월) ~ 1월 6일 (토)
🍋 당첨자 발표: 2024년 1월 7일 (일) 뉴스레터 내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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