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나요
1. <정년이>,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대도시의 사랑법> 한국 드라마 3편을 한꺼번에 보고 있다. 어렸을 때 엄마아빠 드라마를 따라보던, 일일드라마, 미니시리즈, 주말 드라마를 흘깃흘깃 보던 시절 이후로 한국 드라마를 동시에 3편을 보는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닌지. 퇴근하고 드라마만 봐도 심심하지 않은 몇 주를 보냈다. 오늘 하루 기분이 좋아서 그 좋은 기분을 유지하고 싶을 때면 <정년이>를 봤고, 다음날 휴일이고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에 몰입하고 싶을 때면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봤고, 뭔가 하기는 싫은데 유튜브도 지겨울 때면 <대도시의 사랑법>을 봤다. 같은 나라에서 만들었지만 각기 다른 빛깔을 지닌 이야기들을 매일 한 편씩 봤다. 핸드폰으로 쇼핑하고 딴 짓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엔 표정과 목소리에 몰입하게 되는 이야기들을. 뭐가 되었든 일단 밀어붙이는 기세와 무슨 사고를 쳐도 응원해주는 뻔한 다정함이 좋았고, 대체 불가능한 배우의 연기란 이런 거구나 설득되는 압도감이 좋았고, 또 싸우면 화해하면 된다고 끝없이 반복하는 청춘의 얼굴들이 좋았다. '요즘 잘 지내요'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 시기였고, 그만큼 무언가를 좋아할 여유가 있는 시기였구나 싶었다. 좋아할 수 있을 때 맘껏 좋아해야지.
2. <더 킬러스>를 봤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날씨를 즐기러 산책을 가는 게 요즘 일상의 전부다.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딱 좋은 평온의 상태. 밥도 건강하게 먹고 싶어서 야식을 금지하고, 오이참치비빔밥을 먹고, 샐러드와 저당 도시락을 주문하려고 검색했다. 얼마나 가겠어,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가끔 사는 게 엉망진창이 된 기분이 들 때면 스스로 '캠페인'이란 단어를 붙여서 잘 살아봐야지를 다짐한다. 야식 금지 캠페인, 적당할 때 자기 캠페인, 건강한 한끼 먹기 캠페인 같은 거. 나 혼자 다짐하고 나 혼자 참여하는 캠페인이지만, 괜히 그 말을 붙이면 확실한 다짐이 선 기분이랄까. 남은 연말까지는 짧더라도 일기를 꾸준히 써봐야겠다는 다짐도 했는데, 그 이후로 하루도 안 썼다. 아직 11월이니 늦지 않았어. 이른 캐롤을 듣는 사람들, 회사 곳곳엔 다람쥐가 올라탄 트리가 설치되는 마당에 여전히 연말이 한참 남았다고 주장하며 지낸다. 새해 다짐도 잘 안 하는 주제에, 연말이 가기 전 부랴부랴 하고 싶은 건 왜 이렇게 많은지. 다음주부터는 날씨가 또 추워진댄다. 가을은 짧고, 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기분의 시기도 짧겠지. 이미 알고 있으니 두렵지 않은 것들도 있다.
Ps. 요즘 잘 지내냐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별 망설임없이 잘 지낸다고 답하는 요즘입니다. 계절이 좋아서 그런 건지, 일이 덜 바빠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요. 잘 지내냐는 질문에 부연 설명 붙이지 않고 좋다고 말할 수 있어서 좋은 요즘입니다. 안 좋은 데엔 구구절절 붙일 이유가 많은데, 좋은 데엔 늘 붙일 말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다들 어떤 말을 붙이지 않고서도 좋은 한 주를 보내고 계시기를 바라며, 이 좋은 날씨를 맘껏 만끽하세요🍎
잘 지내고 있는
망고네 슈퍼 주인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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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바삭 에그타르트 한 입🍳
영화 <더 킬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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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결국 사랑에 빠지는 건 늘 '이상하게'가 붙는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이상하게 웃긴 것들, 이상하게 아름다운 것들, 이상하게 재밌는 것들. 영화 <더 킬러스>는 잔뜩 이상한 상상력을 펼친 4개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영화인데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 <살인자들>을 모티프로, 김종관, 노덕, 장항준, 이명세 감독님이 4인4색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작품이에요. 공통점이 있다면 '킬러'가 소재가 되고, 심은경 배우가 등장한다는 것뿐. 보면서 같은 소재로도 이렇게 다른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구나, 감독의 색이라는 게 이렇게 중요하구나 싶어서 즐거웠어요. 영화 시놉시스에 '등에 칼이 꽂힌 채 눈을 뜬 남자, 어마어마한 금액의 살인을 의뢰하는 여자, 모두가 기다리는 자, 누군가를 기다리는 자'라고 적혀 있는데, 각 문장만 봐도 무슨 이야기일지 궁금하지 않나요?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이중 하나는 네 취향이지 않겠니? 하고 건네고 싶은 영화. 혼자 봐도 좋은데, 여럿이 모여서 뭐가 제일 재밌었는지, 좋았는지 공유해도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나만의 색을 고민하는 분들, 어쩐지 이상한 이야기에 끌리는 분들이라면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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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많은 영역에서 '파인'(fine)이라는 수식어를 쓰지요. 파인 아트, 파인 다이닝, 파인 와인, 파인 리터러처 등등이요. 안성재 셰프가 생각하는 '파인'은 뭔가요?
=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파인'이 뭔지를 생각해보면, 우리 시대의 파인은 '편안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모수를 처음 오픈할 때부터 'Comfort is luxury'가 제 모토였거든요. 제 서비스의 모토죠. 사람들이 '파인 다이닝'이라고 생각했을 때 떠올리는 것들, 슈트나 드레스를 입고 가야 하고, 테이블 집기들이 하얗고, 포크와 나이프는 어떤 순서대로 사용해야 하며 등등의 룰들을 다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포스트 모던 시대잖아요. "그런 룰들을 다 버리고 사람들이 와서 가장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진정한 럭셔리다"라고 얘기했지요. 물론 어느 정도의 선을 지켜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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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다이닝을 가본 적은 없지만, 드라마 <더 베어>를 보며 파인 다이닝의 세계란 저런 걸까? 배웠습니다. <더 베어> 에피소드 중 매번 사고를 치는 사촌이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이라고 불리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주일 간 인턴으로 일하는 편이 있는데요. 처음엔 포크를 이렇게까지 닦아야 된다고? 불만투성이지만, 손님들이 정확히 원하는 서비스와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모든 걸 신경쓰는 식당에서 차차 변해가는 모습이 보여요. 이 인터뷰를 보면서 그 에피소드가 스쳐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럭셔리랑 편안함은 거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가장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진정한 럭셔리'라는 말이 참 좋았습니다. 사람을 보지 않아도 결과물을 보면 그 사람이 엿보일 때가 있고, 결과물을 보지 않아도 사람을 보면 결과물이 엿보일 때가 있잖아요. 인터뷰를 보면서 안성재 셰프님의 식당은 얼마나 깐깐하고 정확할까 상상이 가다가도, 이런 마음으로 운영하는 식당이라면 상상을 뛰어넘겠다 싶어서 도무지 모르겠다 싶기도 하더라고요. 저처럼 아직 오픈 전인 새로운 '모수'가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인터뷰 전문을 읽어보는 것도 추천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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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토마토수프 한 입🍅
정은채 - 잘 지내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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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를 보신다면 어떻게 문옥경에게 빠지지 않을 수 있겠어,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당대 최고의 여성 국극 배우인 동시에, 사는 게 지겨워 죽겠다는 표정을 애써 참고 있는 사람인 동시에, 정년이에게만큼은 끝없이 다정하고 현실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는 든든한 선배, 정은채님이 연기하는 문옥경 보는 재미로 <정년이>를 보고 있어요. 그러다가 문득 예전에 앨범을 내셨던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노래를 찾아봤는데요. 오프닝부터 '잘 지내냐'는 말을 썼던 터라, '잘 지내나요'라는 제목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살다 보면 마음 속으로만 잘 지내냐는 질문을 품게 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헤어진 연인일 수도 있고, 한때 친했지만 멀어진 친구일 수도 있고, 가까워지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은 지인일 수도 있고, 그런 스쳐간 인연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 가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괜히 잘 지내냐고 묻고 싶어지는 계절. 정직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흘러가는 노래라, 맑은 가을 아침이나 쌀쌀해지는 저녁에 들으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저처럼 <정년이>를 열심히 보고 계신 분들이거나 마음 속으로만 안부를 묻는 사람들을 품고 계신 분들이 들어보시는 걸 추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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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네 '갈'집🍋
<망고네 슈퍼> 주인장이 언젠가 가고 싶은 마음에 찜해놓은 공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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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비지를 잔뜩 끼얹은 독특한 비주얼로 유명한 파주의 감자탕집. 감자탕 위에 주전자를 가져와 콩비지를 잔뜩 부어주는데, 고소한 콩비지와 얼큰한 감자탕이 조화로워 인기가 많은 곳.
포차인데 수제 햄버거가 가장 유명한 용산의 노포. 두부김치, 계란말이, 파전 등 기본 안주들도 다 있지만, 햄버거를 꼭 먹으라는 후기가 많은 독특한 곳. 야장도 즐길 수 있는 아늑한 분위기이니, 소주와 햄버거 조합이 궁금하다면 추천하는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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