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넓고 큰 집에 살고 싶다는 로망은 없었습니다.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는 지금도, '지금 집은 이런 조건이 불편하니 새 집은 이런 걸 꼭 봐야겠다' 하는 건 딱히 없습니다. 그렇지만 집에 대한 로망은 없어도, 이상하게 작업실에 대한 로망은 있더라고요. 좋아하는 동네를 산책할 때면 '언젠가 꼭 이 동네에 작업실을 구하면 좋겠다'라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작업실 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그럼 도대체 무슨 작업을 하려고? 라는 답이 돌아와요. 무슨 작업을 할진 모르겠지만, 마음에 드는 공간이 생기면 뭐라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무언가를 이룬 기분이 듭니다. 

 현실에서 아직 작업실은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작업실에 가까운 공간들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정착해서 자주 들락날락거리던 곳들도 있었지만, 하나둘씩 문을 닫아 마음 붙일 곳을 잃은 지 꽤 되었어요. 마음에 드는 곳을 찾는 데에 한세월, 막상 도착했더니 사람이 너무 많아 자리가 없고. 이대로 집에 가야 하나 고민하면서 걷고 있는데, 세상 귀여운 강아지를 발견했습니다. 담벼락 화단 앞에서 만난, 까만 눈이 반짝거리던 강아지. 강아지를 가만히 보고 있는데, 할머님이 "너무 귀엽죠?" 하면서 말을 건네오시더라고요. 여수에서 데려왔다던 강아지. 할머니가 "너 집에 가!" 하니까 앞으로 쫄래쫄래 가다가도, 할머니가 왜 안 오지? 하면서 뒤돌아보던 강아지. 

 

 정겨운 사투리를 쓰시던 할머니와 계속 뒤돌아보던 강아지의 까만 눈망울. 골목길에서 만난 그 풍경이 다정해서, 오늘 이 풍경을 만난 것만으로도 오늘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업실도 없고 가고 싶던 카페도 못 갔지만, 헤매다 보면 이런 풍경을 만나게 되는구나. 한참을 느긋하게 헤매고, 결국은 여유로운 카페에 앉아 딸기스무디를 마시는 주말입니다. 새콤달콤 평화로운 주말의 맛. 꼭 주말이 아니더라도, 헤맬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나날을 보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짧게라도 그렇게 숨 돌릴 수 있는 틈이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틈이 되어주는 사람과 공간과 함께하는 한 주 되시기를💗

 요즘 요리 관련 유튜브 영상이나 음식 드라마를 종종 보는데요. 우연히 피식대학 콘텐츠를 보다가, '도대체 이건 뭘 패러디한 채널이지?' 하면서 발견한 채널입니다.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은 일본 오사카에 있는 부동산 업체에서 운영하는 채널로, 오사카 현지 맛집이나 여행 팁을 주로 소개합니다. 한국어를 굉장히 잘하는 마츠다 부장님이 등장하는데, '고독한 미식가'처럼 진짜 숨겨진 맛집으로 안내해줄 것 같은 미식가 포스가 느껴져요. 솔직히 회식 자리에서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안 궁금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읊는 부장님은 딱 질색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맛집에 데려가서 이렇게 흥미로운 스토리를 풀어준다면, 어떻게 안 따라갈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같이 퇴근하고 시원한 생맥주 한 잔 마시는 기분으로 즐겁게 본 회사원 시리즈, 함께 봐요🥃

 Q. 성공한 대중가수로서의 밝고 주류적인 이미지 한편에는 자기 내면에 잘 접속하는 '밤편지' 쓰는 사람의 면모가 있다. 지금의 아이유-이지은을 대중이 더욱 흥미롭게 받아들이게 된 건 그런 복합성과 깊이 덕분이 아닐까. 자신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일에서 어떤 의미를 찾나. 

= 우리가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게 내게는 1번인 것 같다. 나의 무언가를 내보일 때는 그게 무엇이든 어떤 형태이든 우리가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길 바라서이다. 사실 ‘그냥 이지은’은 참 일반적이고 특이점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에, 어떻게 하면 나를 좀 더 돋보이게 만드는 개성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한 시기도 있었다. (중략) 하지만 내가 남들과 아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무언가 쓰고 표현한 결과물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걸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기소개할 때 '파스텔톤 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빨강, 파랑처럼 강렬함을 지닌 사람은 아니고, 흰색/검은색처럼 세련되고 깔끔한 느낌의 사람도 아니거든요. 가장 비슷한 축을 고르라면, 연하고 은은한 파스텔톤에 가깝지 않을까. 강렬하지는 않지만, 어디 끼워놔도 그렇게 어긋나지는 않는 톤. 한 번 만나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사람들을 부러워한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딜 가든 무난한 지금의 저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타인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내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도 있겠지만, 또 어떤 시기에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편안해지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은 어떤 색을 닮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요즘 들어 '낭만'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는데요. '낭만'이라는 말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부담스럽고 과한 감성이 묻어있는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낭만'이라는 말을 실제로 써본 지 오래된 것 같은데, 분명 '일상엔 낭만이 필요하다'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앨범명부터 타이틀곡 제목까지 본격적으로 '낭만'을 내세운 빅나티의 새 앨범을 가져왔습니다. 전곡 다 언제 꺼내들어도 말랑하게 듣기 좋지만, 밴쿠버로 떠나고 싶은 사심을 담아 골라봤습니다. 특히 사운드를 가득 채운 밴드 라이브 버전은 색다른 매력이 있답니다! '아직 잊지 못한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곡이라고 하는데, 여름밤에 듣기에도 청량하게 잘 어울려요. 본격 낭만을 찾아 떠난 빅나티의 부산 여행 콘텐츠도 덤으로 보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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