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레터를 쓸 때 재밌는 기능이 생겼더라고요. AI가 본문의 내용을 파악하고 이메일 제목을 추천해주는 기능인데요. 사실 제목에 따라서 뉴스레터 오픈율의 변화가 미세하게 있긴 한데요 (참고로 2025년 가장 오픈율이 높았던 제목은 '맛있게 저속노화 식단 먹는 법'이었음). 예전엔 이런 제목을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클릭할까? 같은 걸 고민했다면, 요즘은 오늘 쓴 이야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단어들을 조합해서 제목을 쓰는 것 같아요. 제목도 AI의 힘을 빌리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까? 궁금한 마음에 기능을 좀 써봤는데요. 최근에 썼던 몇 가지 레터의 AI 제목 추천 예시를 알려드릴게요. 

🍋182화_2025년 8월 1일을 기억해

- 여름 바다에서 충전한 사랑과 행복 

- 파도 소리와 페퍼톤스 그리고 살아있다는 느낌 

(정동진독립영화제에 다녀온 후기를 썼던 화였습니다. 제가 쓴 제목은 페퍼톤스의 가사를 인용했어요) 

🍋180화_삽질하는 로맨스 좋아하세요?

- 용감한 여름을 찾아서 - N년 전 나의 드라마 기획안 공개 

- 옛날 폴더를 열어보니 - 소방관과 배달원의 로맨스? 

- 여름밤 추천템: 모태솔로 연애 예능과 로로마 효과 

(소방관과 배달원의 로맨스를 다룬 N년 전 기획안을 썼던 화였습니다. 모태솔로 예능과 '로로마 효과'라는 설정이 등장하는 소설도 코너로 짧게 같이 다뤘어요) 

 이 기능을 써보면서 너무너무 재밌었어요. 내가 쓴 이야기에서 이런 단어들을 뽑아내는구나. 저도 좋았던 단어들이 겹칠 때도 있었고, 혹은 정말 스쳐가듯 넣은 단어인데 추천받을 때면 이런 게 확실히 자극적인가?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큰 기대 없었는데, 생각보다 제목을 잘 지어주더라고요. 제목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건 해당 글을 잘 요약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궁금하게 만드는 것 같거든요.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내보이지도 않는 것. 적당히 궁금한 선을 지키면서 다 읽고 나면 '아, 그래서 저런 제목을 지었구나?'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 AI 제목 추천 기능은 앞으로도 재밌어서 계속 써볼 것 같지만, 그래도 저는 당분간은 제가 써서 보내고 싶네요🌿 최근 AI를 활용하면서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망고네 슈퍼 주인장 드림 

 

 전주에 다녀왔습니다. 아티스트가 직접 고른 영화를 상영하고 그 영화에 맞는 셋리스트 공연을 즐기는 행사가 너무 좋았어서, 올해에도 또 갔어요. 아침 7시반 버스를 타고 11시 영화를 봐야 하는데, 이 대사 한줄 없는 영화 과연 졸지 않고 볼 수 있을까? 그런 이유로 볼까 말까 고민했는데, 최근 봤던 영화 중에 가장 좋았어서 가져온 영화 <로봇 드림>입니다. 이 영화는 홀로 외롭게 살던 '도그'가 어느 날 반려로봇을 주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는데요. 늘 서로의 곁을 붙어다니던 '도그'와 '로봇'이 갑작스런 사건으로 이별하게 되면서 서로를 그리워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차차 잊어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떠올리고, 그리고 마침내 아름답게 보내주는 과정을 담았어요. 한때는 어떠한 비밀도 없었던 관계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원해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텐데요. 이렇게나 선명했던 기억과 감정을 잊는다는 게 슬플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한 그 시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분명히 남는 것들이 있다는 걸, 대사 한 줄 없이 마음에 와닿게 그린 영화였어요. 지금 외로운 사람들도, 외롭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네요🔥

Q. '하와이 딜리버리'의 다른 이름은 '우리의 노후 계획'입니다. 이토록 낭만적인 노후 계획이 있을까 싶어요. 지금 대부분 몰두해 있는 삶의 가치는 부동산, 주식 등으로 설명되는 숫자인데요. 숫자를 셈하기 바쁜 이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셈 없는 계획의 유익이 무엇인지 두 분께 여쭤보고 싶었어요. 

(중략) 

선우) 저희도 사실 노년에 대해 아직은 잘 모르지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료입장이 65세부터인데 얼마 안 남았단 말이에요. 그렇게 생각하면 노후라는 게 그렇게 먼 훗날이라거나 지금과 엄청 다른 일상이라거나는 아닐 것 같은 거예요. 그런데 여전히 많은 사람이 갖고 있는 노후 개념은 한 회사를 정년 때까지 다닌 후의 삶, 그러니까 우리 부모님 세대가 하는 생각 같아요. 우리는 훨씬 더 오래 살게 될 거고, 고용 형태도 크게 달라져서 새로운 노동 형태에 대한 연착륙이 필요할 것 같단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노년에도 일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지, 가능하다면 지금 내 삶에서 가져갈 수 있는 건 무엇이 될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왜냐하면 대부분 '악기 하나 배워 보고 싶은데, 혹은 그림을 배워 보고 싶은데'를 말하면서 동시에 '은퇴하면 해야지' 하거든요. 사실 '지금 못 할 이유는 뭘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시간이 없다는 말로 미루는데, 좋아하는 것은 시간을 내서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얼마 전, 친구들이랑 여행을 갔을 때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나는 언젠가 시나리오 쓰는 걸 꼭 배우고 싶다. 사실 생각한 지는 오래됐는데, 고정적으로 시간 내는 게 어려울 것 같아서 그동안 고민만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더 미루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당장 배우라고 등을 떠밀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고민만 하던 일에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생긴 것 같아서요. 김하나 X 황선우 작가님의 인터뷰를 읽으면서도 그런 기분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노년에도 일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지, 가능하다면 지금 내 삶에서 가져갈 수 있는 건 무엇이 될지'를 고민하는 게 노후 준비라는 말도 참 좋았어요. 노후를 위한 자금을 모으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건 노후에 지금 내 삶에서 무엇을 가져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지 않을까. 사실 도자기 만들기, 디제잉 등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고 싶은 걸 참 많이 말했는데, 하나도 배우지 못했거든요. 일단 하반기에는 뭐 하나라도 새로운 걸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할 일도 많고 하기 싫은 일도 많은 세상이지만, 좋아하는 것은 꼭 시간을 내서 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경주원조콩국 - 경북 경주시 첨성로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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