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랑하는 겨울 영화 중 하나는 <윤희에게>인데요.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은 내레이션으로 편지를 읽는 장면, 특히 추신을 읽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에서도 그랬듯이, 편지에서 추신은 가장 솔직하고 가장 하고 싶은 말을 담은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저도 괜히 생일이니까 조금은 티내고 싶지만, 민망해서 대놓고 쓰지는 못하겠고. 끝머리 Ps.로 다음날이 생일이라는 말을 스치듯 적었는데, 생일 축하한다는 다정한 마음들을 받아서 얼마나 따뜻했는지 몰라요.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을 한아름 받은 기분이었어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이제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정말 연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직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엔 적응하기 어렵지만, 이제 곧 2022년이라고 적어야 한다는 게 받아들이기 어렵지만요. 그래도 올 한 해는 미련 가득한 마음으로 구질구질하게 붙잡고 싶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 정도 살았으면 쿨하게 안녕! 하고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입니다. 한 해에 대한 뿌듯한 작별보다는, 어쩌면 빨리 새출발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요. 

 혹시 <유퀴즈>에 구교환 배우님이 나오신 회차 보셨나요? 차분하면서도 뜬금없이 웃긴 포인트들이 너무 많아서, 보는 내내 너무 즐거웠던 것 같아요. 그날 구교환 자기님이 부른 노래 메들리 중에서 발견한 명곡을 가져왔는데요. 하이라이트부터 부르셔도 된다고 했지만, "이 노래가 또 서사가 있기 때문에" 쭉 부른다고 했던 바로 그 노래. 2000년에 발매되었지만, 찬바람 부는 2021년 겨울날 목도리 싸매고 들으면 너무나 잘 어울릴 것 같은 노래예요. 이 노래를 들으면 '나도 누군가에게 Annie였던 적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마음 속에 오래 품었지만 이루지 못한 꿈들도 Annie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여러모로 마음 쓸쓸한 날에 듣는 걸 추천드려요💌

'사심을 담은 음식과 술을 판매하는 주점'이라고 적혀 있는 메뉴판부터 예사롭지 않은 곳. 가지튀김, 미나리전, 솥밥, 마라향이 나는 라면까지 다채로운 안주를 맛볼 수 있다. 다만, 주류 주문은 필수.  

손기성젠바오 - 서울 마포구 신촌로12길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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