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를 보다가 이런 문장을 발견했어요. '다정함을 위한 체력을 기르려고 최근 아침 러닝을 시작했다' (Feat. Youtube '넌 감독이었어' 문상훈, 유병재 편). 다정함에도 에너지가 있다면, 요즘은 그런 에너지가 바닥난 시기가 아닐까. 언제든 나를 필요로 할 때면 안아줄 수 있는 너른 마음을 갖고 싶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나 하나 제대로 안아주기에도 벅차! 이런 생각을 종종 하게 되었거든요. 결국 다정함도 체력에서 나오는 건가. 체력이 좋은 사람이 다정하기까지 하면 반칙 아닌가. 체력과 별개로 다정할 수 있는 마음력(?)을 달라고 우기고 싶었지만, 결국 몸과 마음은 늘 함께 갈 수밖에 없나 봐요. 사실 더위에 지친 요즘엔, 그냥 다정함도 포기하고 아침 러닝도 안 할래! 엇나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다정함과 체력을 잘 지키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망고네 슈퍼'를 쓰면서 받았던 20년 어느 겨울의 레시피를 공유합니다. 그 이후로 겨울 요리를 해먹은 적은 한 번도 없는데요. 사진도 영상도 없는 레시피를 읽으며 재료와 풍경을 상상하니, 이미 따뜻한 국물 요리를 먹은 기분이더라고요. 다정함을 잃은 요즘, 갑자기 필요한 건 따뜻한 국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여름에 따뜻한 국물 요리를 먹었다가는 더욱 다정함을 잃고.. 분노하게 될지도 몰라요... 언젠가 넓은 집으로 이사 가면 요리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단정한 일상을 좀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오늘 저녁엔 뭘 먹을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모쪼록 다정함과 체력을 충전하는 주말을 보내셨길 바라요! 

 

 여름엔 역시 추리와 스릴러를 빼놓을 수 없죠. 방탈출 게임도 안 좋아하고 복선을 따라가며 추리하는 일엔 소질이 없지만, 차곡차곡 사건의 실마리를 모아 마침내 범인을 잡을 때의 쾌감을 좋아해요. 이번 여름엔 뭘 보나, 생각하다가 반가운 얼굴을 만났는데요. [오렌지이즈더뉴블랙], [러시아 인형처럼] 등 대놓고 이상하지만 사랑에 빠지게 되는 캐릭터를 연기해온 배우 '나타샤 리온'이 주연을 맡고, 영화 [나이브스 아웃] 감독 '라이언 존슨'이 제작, 각본, 연출을 맡은 시리즈 [포커 페이스]입니다. 상대가 거짓말을 하면 100% 확률로 거짓말인 걸 아는, 인간 거짓말판독기인 '찰리'. 그녀가 가는 곳마다 늘 의문의 죽음이 발생하고, 그 죽음 뒤엔 늘 거짓말이 있는데요. 죽음과 거짓을 두고 떠나지 못하는 '찰리'가 진실을 파헤치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매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고, 오프닝부터 냅다 범인을 공개하기 때문에 비교적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추리물이에요. 매력적인 캐릭터, 쫀쫀한 서사, 조셉 고든 래빗, 애드리언 브로디 등 화려한 게스트. 잠 못 드는 여름밤, 맥주 한 캔과 즐기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드라마로 적극 추천합니다🌼

 Q. 마흔이 넘어서도 계속 새롭게 마주하는 즐거움이 있나요? 

= 최근에 뇨키를 처음 먹었는데, 먹자마자 깜짝 놀랐어요. 왜 마흔세 살이 되도록 여태 뇨키를 안 먹고 살았지? 이 이름도 귀엽고 맛있는 뇨키를 왜 몰랐을까! 

Q. 이름처럼 맛있죠, 뇨키. 

= 가끔 이름이 맛있는 것들이 있어요. 만두, 뇨키, 피-좌. 만두가 '두만'이었다고 생각해봐요. 입맛 떨어지잖아요. 

Q. 뇨키에 '입덕'하셨군요. 

= 저는 삶을 '입덕'하는 것 같아요. 어떤 그룹에 입문할 때 '입덕' 캐릭터가 있고, '입덕'한 뒤에는 다른 멤버들의 매력이 눈에 들어오잖아요. 삶에서도 어떤 것에 한번 빠진 다음 계속 다른 것들의 즐거움에 눈을 뜨는 거예요. 그래서 새로운 환경에 가면 대체로 재미를 느껴요. '입덕'은 제 인생을 관통하는 역사예요. 

 요즘 뭘 먹어도 그렇게 맛있지가 않고, 뭘 해도 그렇게 재밌지가 않아. 뭘 해야 재밌을까? 가끔 친구들이랑 이런 대화를 하는데요. 지금 겨우 재밌는 것들도 반복하다 보면 지루해지지 않을까? 5년, 10년 뒤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어른이 되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을 한결 덜어줄 인터뷰를 가져왔습니다. 마흔이 넘어서 새롭게 마주한 즐거움으로 뇨키를 말할 줄이야. 가끔 곱씹다 보면 신기하게 느껴지는 단어들이 있잖아요. 마흔이 넘어도 여전히 이름을 귀여워하고 새로운 맛에 놀라며 살아갈 수 있구나. 여전히 삶을 '입덕'하는 기분으로 살아갈 수 있구나. 그런 어른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어쩐지 위로가 되는 기분이었어요. 마흔이 되었을 때, 쉰이 되었을 때 어떤 이름을 귀여워하며 살고 있을까요. 어떤 맛에 놀라고 감탄하며 삶을 즐기고 있을까요. '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살기'가 삶의 모토 중 하나인데, 언젠가 그 마음이 닳고 닳을까 한편으로 늘 걱정이었는데요. 입덕 멤버 이후에 옆 멤버에게 새롭게 입덕하고, 그렇게 돌고돌아 덕질에서 헤어나올 수 없듯이, 삶에도 그렇게 새롭게 '입덕'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어떤 것에 '입덕'해 계시나요? 

 날씨는 덥고, 집에 있기는 싫고. 원래 가려던 카페가 문을 닫아 동네의 다른 카페를 갔는데요. 사람도 별로 없고 선곡도 전부 좋아서 편안한 오후를 보냈습니다. 그 카페에서 처음으로 검색했던 노래를 가져왔어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고 그냥 TV나 보고 싶다고 말하는 쓸쓸한 노래지만, 포근하게 감기는 목소리가 따뜻한 노래. 마음이 쓸쓸할 때 들으면 쓸쓸한 기분에 더 깊게 젖게 되는 노래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나만 쓸쓸한 게 아니구나' 싶어서 위로가 되는 노래들도 있어요. 이 노래를 들으면서 문득 '장기하와 얼굴들 - TV를 봤네'가 생각이 났는데요. '눈이 시뻘개질 때까지 TV를 봤네 / 그냥 봤네 / TV 속 사람들은 기쁘다 슬프다 말도 잘해' TV라는 공통된 매체가 제목에 들어가서 그런 걸까요, 어쩐지 두 사람이 TV를 봤던 마음이 닮아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멍하니 TV를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분명 두 곡 다 좋아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쩐지 TV를 틀고 싶은 일요일 밤, 같이 들어요! 

르보분 - 서울 마포구 희우정로 118 1층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속 밀면집 촬영지라 해서 일단 방문한 망원의 베트남 음식점. 프랑스식 베트남 음식이라는 독특한 컨셉이 돋보이는데, 초록색 벽 인테리어가 사랑스럽다. 똠양꿍 라면, 솜땀 등 베트남 음식 외에도 다채로운 메뉴를 맛볼 수 있는 곳. 

고가빈 커리하우스 - 서울 종로구 경희궁2길 7

버터치킨커리, 오믈렛커리, 시금치커리 등 커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입맛을 다시게 될 광화문 근처 커리 음식점. 3층에 위치해 창밖 풍경을 즐기며 한 끼 즐기기도 좋다. 근처 에무시네마에서 영화 보고, 슬렁슬렁 걸어오면서 저녁 한끼 먹으면 완벽한 하루의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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