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삶의 패턴은 단순합니다. 주로 '집에 가고 싶다'를 끝없이 반복하며 흘러가는 평일, 그리고 이렇게 평화로워도 되나! 싶은 주말. 이번 주엔 도저히 무슨 말로 시작할까 모르겠어서, 이 주에 좋았던 순간들을 생각해봤어요. 원래 가려던 식당이 만석이라, 우연히 발견한 고깃집에서 신나게 고기와 된장찌개와 비빔냉면까지 클리어하기.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학교 캠퍼스에 가서, 오래도록 벤치에 앉아 풀밭과 지나가는 사람들의 사연을 추리하기. 오랜만에 드라마에 푹 빠져서 친구에게 냅다 카톡으로 '이런 이유로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이 드라마는 이런 점이 너무 좋고 재밌고~' (실제로는 이렇게 논리정연하지 않았음) 좋고 재밌는 이유를 끝없이 나열하기. 관심없는 이야기를 너무 했나? 생각했는데 '네가 신나서 떠드는 게 좋아!' 다정한 답장 받기. 

 되게 소소한 일상을 바라게 된다. 퇴근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가기. 퇴근하고 아껴놨던 유튜브 영상 보면서 밥 먹기. 내내 누워 있고 싶은 만큼 누워 있기. 선풍기 틀어놓고 낮잠 자기 등등. 요즘 사실 제일 행복한 순간은 '김혜리의 필름클럽'을 들으면서 설거지하고 집안을 깨끗하게 치울 때다. 뽀송해진 기분으로 뽀송한 집을 만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요! 사는 건 되게 단순하고, 행복도 되게 단순하구나.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면 오늘 참 좋았다! 행복했다! 집에 잘 들어가! 이런 말을 남기게 되지 않나. 좋았다 그냥. 평화롭고 행복했다. 좋은 순간들은 솔직히 부연 설명이 필요없다. 단순하게 한 단어면 표현이 되는 걸. 뭐가 어쩌구저쩌구 어째서 좋았다, 자세히 쓰려면 쓸 수 있겠지만 그냥 좋은 건 좋은 거다. 좋은 게 좋은 건데 어떡해! 

 흑과 백처럼 단순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긋지긋하고 싫고 지겹고 도망가고 싶다가도, '좋다' 이상으로 표현이 안 되는 순간들도 있고. 좋을 땐 좋고, 나쁠 땐 나쁘고. 어느 한쪽에 치우쳐지지 않고, 좋고 나쁜 게 평화롭게 균형을 맞춘 날들을 보내고 있네요. 참 신기한 게 언젠가 이 순간을 그리워하고 있겠지? 싶을 정도로 좋았던 순간들은 오히려 쉽게 까먹고, 별 생각 없이 훅 지나갔던 사소했던 순간들은 오래도록 안 지워지기도 하더라고요. 날씨가 더운데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오히려 너무 더우니까 사람이 단순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복잡하게 살아서 뭐하나 싶은데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7월의 여름날을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이것보단 내가 더 재밌게 한 주를 보낸 것 같은데? 자랑하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언제든 답장으로 알려주세요🌿

 솔직히 원조 여행 맛집은 '세계테마기행', '걸어서 세계 속으로' 같은 여행 다큐멘터리가 아닐까요. 주말에 채널 돌리다가 마땅히 볼 게 없으면, 어느 편을 봐도 평타 이상으로 흥미로운 EBS나 KBS의 여행 다큐를 보곤 했어요. 원조 여행 맛집 EBS에서 여행 크리에이터 '곽튜브'와 함께 흥미로운 기획이 돋보이는 여행 예능을 선보였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기사식당' 간판이 붙은 곳에 들어가거나, 식당 앞에 택시가 많이 주차되어 있는 곳에 가면 실패할 리가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 지역 맛집을 가장 잘 아는 택시 기사님들과 친구가 되고 그들이 즐겨찾는 식당을 함께 가는 컨셉으로, '기사식당'을 여행의 주요 키워드로 내세웠어요. 여행 예능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어? 재밌겠는데?" 시선을 끄는 키워드를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첫 여행지는 홍콩으로 떠났는데요. EBS답게 과하지 않고 잔잔한 연출이 참 좋아서, 역시 원조 여행 맛집이라는 생각을 하며 꾸준히 챙겨보는 중이에요. 예쁘고 화려한 여행 예능 대신, 편안하게 흘러가는 친구 같은 여행 예능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려요! 

 Q. '누구하고 누구하고 붙여야지.', '이 사람이 잘할 수 있을까?' '여기에 누구를 더 붙이지?' 모두 사람에 관한 일이잖아요. 함께 일을 함께할 만한 사람에 대한 기준이 있을까요?

 '나랑 잘 맞는 일하기 vs. 나랑 잘 맞는 사람들이랑 일하기'. 솔직히 일과 사람 둘 다 중요해서, 답을 고르기가 너무 힘든 질문인데요. 어떻게 하면 시너지 나는 팀을 만들 수 있는가. 최근 일하면서 각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어떤 시기에 어떤 팀에 있느냐에 따라 그 역량 발휘가 천지차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들더라고요. 그래서 팀을 구성하는 방법에 대한 나영석 PD의 흥미로운 인터뷰가 있어서 가져왔는데요. '신서유기'형 인간인가, '삼시세끼'형 인간인가로 분류하다니. 같은 예능이라 해도 결이 확 다르다 보니, 이 질문으로 충분히 그 사람의 성향을 분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글을 읽으면서 저는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굳이 나누자면 '삼시세끼'형 인간이자 주변 돌아가는 상황을 보는 타입에 가깝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어느 팀에 나를 던져야 가장 행복하게, 가장 잘 맞는 사람들과 시너지를 내며 일할 수 있을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어디서 어떻게 일할 것인가, 고민이 되신다면 전문을 읽는 걸 추천드려요🌿

 밥도 못 먹고 야근하고 터덜터덜 집에 돌아온 저녁. 대충 저녁을 때우고 누웠는데, 여전히 기분은 가라앉아 있는 날이었어요. 평소에도 좋아하던 노래라, 기운 없이 누워 알고리즘에 뜬 실리카겔의 라이브 영상을 클릭했는데요. 마음을 훅 뺏기는 인트로가 흘러나오면서, 손글씨로 적은 소개 문구가 나오더라고요. "통제되고 우울한 생활 중에도 사랑을 잃으면 안 됩니당... 노래해요" 귀여운 글씨체로 등장한 소개글과 심장을 쿵쿵 뛰게 하는 인트로 사이에서 예상치 못하게 큰 위로를 받았어요. 실리카겔의 매력은 꿈꾸는 듯한 몽환적인 감각과 어디론가 뻗어나가는 강력한 힘이 공존한다는 게 아닐까요. "그게 무슨 말이야?" 싶으시다면 이 노래를 꼭 들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사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음악 없는 세상'이라는 가사를 '낙이 없는 세상'이라 알아듣고 공감했던 때가 있었는데요. 음악도 있고, 낙도 있는 세상에서 함께 노래하며 사랑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더운 여름에도 건강 잘 챙기고 음악도 낙도 사랑도 함께 챙겨요🌼    

미필담 - 서울 마포구 성지3길 22 1층 

자극적이지 않은 슴슴한 이북식 만둣국을 맛볼 수 있는, 합정역 근처의 작은 식당. '황해도가 고향이신 저희 할머니의 레시피를 바탕으로 만듭니다'라는 소개글처럼, 집밥처럼 편안하게 술술 들어가는 맛이 매력적이다. 시그니처 메뉴인 만둣국뿐 아니라, 향긋한 미나리가 잔뜩 올라간 소 수육무침을 곁들이는 것도 추천. 

로얄싸롱-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가길 43 1F

멀지 않은 곳에서 일본 감성을 느끼며 식사를 하고 싶다면, 오므라이스, 나폴리탄 파스타 등 호불호 없는 메뉴로 한 끼 먹기 좋은 연희동의 식당. 메론소다, 푸딩 등 아기자기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디저트 메뉴까지 준비되어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일본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추천! 

위의 버튼을 클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