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시나요? 건강하신가요? 냅다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은 12월입니다. 출근하면 여기저기서 기침을 콜록콜록하는 계절인데요. 저도 감기에 걸려서 일주일 남짓을 아팠던 것 같아요. 나는 여기 있지만 정신은 둥둥 떠다니는 기분으로 어지러운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내일은 좀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꼼짝없이 집에서 누워서 보냈고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약속들을 취소하며 건강이 최고라는 말을 반복했어요. 아침을 맞았을 때 몸과 마음이 개운하다 느낀 게 오랜만이라 아침부터 레터를 쓰기로 마음먹었어요. 아직도 완벽하게 목소리가 돌아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 개운함이 얼마만인가! 겨우 일주일, 그것도 감기로 끙끙댄 것임에도 불구하고 새삼스레 건강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깨달은 요즘이었어요. 아프지 마세요. 건강하셔야 합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하루종일 잠만 자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아프다고 찡찡거리기도 하고. (가볍게) 아픈 자의 특권은 거리낌없이 숨겨둔 약한 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아닐까요. 나 아파! 이거 해줘! 이거 먹고 싶어! 나 잘 거야! 어린이처럼 우겨보는 것. 물론 이렇게 행동하진 않았지만, 그냥 아프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여린 면을 꺼내놓는 기분이랄까요. 나 지금 취약한 상태야, 그러니까 잘해줘. 결국 혼자 살 때 아픈 게 서러운 건, 결국 이 여린 면을 내보일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결국 나를 가엾게 여기는 것도 나, 가여운 나를 돌봐야 하는 것도 나. 요즘은 혼자 사는 생활을 접어둔 터라, 그나마 덜 외로웠던 것 같아요. 그래도 아픈 건 서러우니, 건강을 꼭 챙겨야 합니다! 

 문득 쓰면서 드라마 <콰르텟> 속 대사가 생각났습니다. 잘 포장된 얼굴로 만나, 들키고 싶지 않았던 민낯을 기어이 들키고 말았을 때. 두 사람은 마주앉아 돈가스 덮밥을 먹는데요. 이 상황에서 밥이 잘 들어가겠냐, 하는 상황에서 민낯을 들킨 상대에게 이런 대사를 건네요. "울면서 밥을 먹어본 사람은 살아갈 수 있어요." 흘러간 드라마 속 대사들이 일상에 말을 건네올 때가 있죠. 울다가 이젠 좀 괜찮다 싶어서 밥상을 차렸는데, 먹다 보니 또 눈물이 날 때가 종종 있던 11월을 보냈는데요. 그때마다 이 대사를 떠올렸습니다. 울면서 밥 먹으면 밥이 안 넘어갈 것 같은데, 막상 삼키면 또 맛있게 들어가더라고요. 혼자 아파서 서러울 때를 생각하니 문득 이 대사가 생각나서 같이 적고 싶었습니다. 일단 아프지 마시고, 아프더라도 밥은 꼭 잘 챙겨드세요. 개인적으로 전 닭볶음탕을 좋아하는데, 다들 아플 때 먹는 소울푸드가 있으신가요? 

 몇 년 전, 영화 <봄날은 간다>의 배경이 되었던 동해의 아파트로 떠났던 적이 있어요. 언덕 위에 있는 아파트, 저 멀리 빼꼼 보이는 바다. 조용하고 평화롭고 그 자체로도 좋은 곳이었지만, <봄날은 간다> 속 은수의 얼굴이 어른거리는 기분이 들어서 더 특별했달까요. 결국 여행은 이야기와 기억을 붙이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하며, 강원도로 영화음악 여행을 떠난 '방구석1열'을 가져왔습니다. 작가, 감독, 배우 등 다양한 게스트를 초대해서 방구석에서 도란도란 영화 토크를 나누던 프로그램 <방구석 1열>을 기억하시나요? 오랜만에 유튜브로 돌아온 <방구석 1열>은 보다 편안하게(?) 스튜디오를 벗어난 JTBC 회의실에서 신작 영화들을 파헤치는 토크를 나누는데요. 홍콩, 제주, 양양 등 종종 영화 촬영지로 떠나는 여행을 테마로 한 특집들도 올라오는데, 모르면 지나쳤을 풍경들을 꼭꼭 씹어먹는 기분이라 참 좋더라고요. 이번 특집에서는 강원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웰컴투 동막골>, <봄날은 간다> 속 음악들을 살펴보는데, 문득 연말 여행은 동해 바다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 흘러도 좋은 음악과 영화는 변하지 않는다, 뻔한 말을 하고 싶어졌던 특집 - 같이 보시죠⛴️

 

 지금까지 영화를 찍으며 항상 스스로 먼저 선언했던 것 같다. 이건 슬픈 이야기야, 이건 화가 나는 이야기야. 이 인물은 굉장히 슬프고 화가 나 있어. 내가 쓰는 이야기와 인물의 성질을 잘 알고 있다고 스스로 자부하며 내렸던 정의들이 영화 속 인물에게 큰 무게를 짊어지게 했다. 인물은 그것에 짓눌렸었다. 저번 편에서 언급했던 고민의 해답은 바로 이 점에 있지 않을까. 청춘 드라마야말로 카메라 뒤의 감독이 앞서 나가 인물을 이끄는 것이 아니고 인물이 충분히 그 순간을 경험하도록 의외성과 돌발성이 가능한 상태를 같이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 같다. 그러기 위해 배우도 감독도 이 상황의 향방을 앞서 나가지 않도록 그저 지금의 얼굴을 제대로, 그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눈을 잘 닦아야겠다. 이 과정을 통해 카메라에 포착되는 청춘은 어떤 오묘한 빛일지, 어떤 청춘의 표정이 길어올려질지 기대된다. 꽤 엉뚱한 표정일 것 같기도. 

 청춘이 뭐라고 생각해? 지금 넌 청춘이라고 생각해? 이런 질문을 들으면 제대로 대답을 못할 것 같아요. 한때 청춘 드라마를 참 좋아했는데, 이제 와 어떤 점이 좋았는지 돌아보면 '치열함'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이 순간이 세상의 전부인 것 같을 때. 지금 도전하는 일이 세상의 전부 같고, 지금 실패하면 다음은 없을 것 같고, 그래서 무조건 성공해야 할 것 같고. 지금 하는 사랑이 세상의 전부 같고, 영원할 것 같고. 서툴고 처음이고 멀리 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치열했던 거겠지. 그래서 그만큼 괴롭고, 울기도 하고, 또 괜찮아졌다가, 다양한 표정을 보여줄 수 있는 거겠지. 청춘의 의미에 대해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던 인터뷰를 가져왔습니다. 인물이 충분히 그 순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의외성과 돌발성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 감독도 배우도 앞서나가지 않는 것. 연말엔 원래 치열하고 아름다운 청춘 영화 한 편씩 봐야 되는 거 아닌가요. 따뜻한 코코아 한 잔 마시면서 이불 덮고 보고 싶은데, 어떤 영화를 보면 좋을까요. 미뤄뒀던 드라마 <상견니>를 한번 도전해볼까요?

  '불 꺼진 방 안에서 들으면 뭔가 슬퍼. 그런데 기쁘게 슬픈 느낌?' 이 노래 진짜 좋아, 그런데 뭔가 슬퍼 vs. 이 노래 진짜 좋아, 들으면 신나. 물론 기분에 따라 다르긴 한데, 대체적으로 전자를 더 궁금해하는 편이에요. 친구에게 저렇게 추천을 받고, 다음날 출근길에 바로 틀었다가 이건 퇴근길에 들어야 할 노래야, 하고 아껴놨던 곡이에요. 이 노래는 불 꺼진 방 안에서 쓰고 식탁에 남겨놓고 간 메모지 같아요. 어렸을 때 엄마가 집을 비우면 식탁에 메모지를 남겨놓고 갔듯이. 엄마 어디 간다, 냉장고에 뭐 있으니까 먹어라, 오늘도 힘내고 사랑해. 그런 메모지 같은 노래라고 할까요. '입맛도 없는데 밥을 차려줘서 고마워 / 아침식사 덕에 오늘 하루를 잘 보냈어 / 나도 사랑해 빈말이라도 고마워 / 진심인 거 알지만 왜 그럴 때가 있잖아' 자이언티의 목소리로 읽어주는 편지가 좋아서, 들을 때마다 불 꺼진 방 안에서 떠오르는 얼굴들의 목소리로 들려서, 매일 듣고 있는 노래입니다. 처음 들을 땐 불 꺼진 방 안에서 들어보시는 걸 추천드릴게요💞

따뜻하고 신나는 새해, 뮤지컬에 초대할게요🍿

 연말이나 새해엔 맛있는 것도 먹고, 공연도 보고, 전시도 보고, 특별한 이벤트들로 가득 채우고 싶은 기분이 들잖아요. 그래서 뮤지컬 초대 이벤트를 준비했어요💌 뮤지컬 <더데빌:파우스트>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낯설고 파격적인 뮤지컬로 화제가 되었던 2014년 초연 이후 벌써 10주년을 맞이한 작품이에요. 어느날 나의 운명을 뒤바꿔줄 강력한 제안을 받았다면, 당신은 거부할 수 있는가? 빛과 어둠, 선과 악에 대한 선택을 그린 작품인 만큼, 화려한 조명 및 무대 연출과 강렬한 넘버가 돋보이는 작품인데요. 궁금하시다면 이벤트 참여하고 극장으로 달려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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