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한 저 스스로에게 칭찬과 선물을 아끼지 말자는 생각을 하면서도, 뭔가 남들은 이렇게 저렇게 하지 않을까 불안해질 때 어떻게 하셨나요?" 

 얼마 전 보냈던 편지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요즘 저도 비슷하지만 좀 다른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하면 내 자신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줄 수 있을까. 퇴근하고 지칠 때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소비를 하는 게 낙일 때도 있었고, 주말마다 새로운 곳으로 놀러가는 게 낙일 때도 있었고, 열심히 일했으니까 아무 생각 없이 쉬는 게 낙일 때도 있었고. 시기별로 다른 낙을 찾으며 견디고 버티는 시기를 지나왔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지금은? 마땅히 사고 싶은 것도 없고, 매주 어딘가로 가기도 귀찮고 (춥기도 하고), 막 몰입해서 볼 만큼 재밌는 콘텐츠도 없고. 고생한 나에게 무슨 보상을 해주면 좋을까. 세상이 주는 보상은 그다지 달콤하지 않은데, 나라도 뭔가 줘야 하지 않을까. 

 잘 모르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랜덤으로 뽑는 미니어처 인형을 샀어요. 사는 순간 즐겁고, 뜯어보는 순간 또 즐거울 테니까. 그 찰나의 즐거움을 위해 9,900원 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기쁨의 가격을 매기며 오랜만에 (쓸데없는) 물건을 샀습니다. 아마 신상이 쏟아지는 계절이 돌아오면 사라졌던 소비의 즐거움도 되찾게 되겠죠. 매일 보기엔 귀엽지만 가격이 귀엽지 않은 상품들을 장바구니에 담으며 살까 말까 고민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겠죠. 덩달아 날씨도 따뜻해지면 이 날씨에 집에 있겠다고? 당장 나가야지! 생각하며 주말에 어디 갈까 고민하겠죠. 그렇게 사는 낙은 돌고 돌아 비슷하게 기쁘고 비슷하게 즐겁고 비슷하게 행복할 게 분명합니다. 그러다가 또 비슷하게 질리고 비슷해가 재미없고 비슷하게 지겨워져서 사는 낙이 없어! 외치게 되는 때도 돌아오겠죠. 

 인생이 지겨운 시기엔 덜 쓰고, 인생이 즐거운 시기엔 더 쓰자. 어떻게든 균형을 맞추면 된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자기합리화를 하게 되는데요. 보내주신 질문을 읽으며 '고생한 자기 자신에게 어떤 칭찬과 선물을 해주셨나요?'라는 질문을 반대로 보내고 싶어졌어요. 낯부끄럽게 칭찬은 무슨 칭찬이야, 오히려 남보다도 내 자신과 거리를 두며 무덤덤하게 지내시는지, '오늘 하루도 너무너무 고생 많았다! 이 정도는 써도 돼!' 하며 기꺼이 신나게 소비를 허락하시는지,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그에 따라 움직이시는지 궁금해요. 저처럼 쓸데없고 귀여운 걸 구매하는 게 취미이신 분들도 계신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또 어떤 하루를 보내셨는지, 그에 대한 칭찬과 보상은 어떤 걸 해주셨는지 답장으로 알려주세요💞 남들은 몰라도 나한테만큼은 너그러운 한 주가 되시길! 

망고네 슈퍼 주인장 드림 

 

 Q. 도구만큼이나 공간에 대한 취향도 확실해 보입니다. 학림다방과 터방내를 사랑하고, 오래된 문방구 탐방을 종종 떠난 적도 있죠. 올해는 다방 투어를 시작했고요. 오래된 것을 찾아다니는 행위는 규림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 '나'라는 사람이 선명해지는 시간이에요. 근사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보면 괜히 따라하고 싶어지잖아요. 그러다 보면 원래 내 취향이 아닌 것을 내 것인 것처럼 착각하면서 살게 될까 봐 두렵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스스로에게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 집요하게 물어요. 끈질긴 문답 끝에 의심의 여지 없는 나만의 것을 발견했어요. 이를테면 유년 시절의 기억 같은 거요. 옛날 간판과 손글씨 POP가 유독 많은 아파트 상가가 저만의 놀이터였는데요. 그 기억이 쌓여서 취향이 되었는지, 아직도 오래된 간판이나 글씨만 보면 설레요. 왜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고 행할 때 가장 기분 좋고 당당해지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그걸 계속해서 좋아하려면 그만큼 또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인데요, 그래서 귀찮아도 늘 몸을 일으켜 또 오래된 것을 찾아 떠나게 됩니다. 

 요즘은 꾸준히 뭔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엔 새로운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쇼츠와 릴스를 비롯해 콘텐츠의 길이도 점점 짧아지고요. 재밌고 신기한 게 이렇게나 많은 세상에서, 질리지 않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점점 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계속해서 좋아하려면 그만큼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와닿아서 가져오게 된 인터뷰입니다. 사람 관계에서도 권태기라는 말이 있듯이, '좋아하는 데에 이유 있어? 그냥 좋아하는 거지!' 하고 무작정 좋아했던 대상도 어느 순간부터는 노력이 필요해지는 순간이 오는 것 같아요. 일주일에 1번씩은 '굳이'라는 말을 붙이는 일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굳이 가던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로 가보고,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 있나? 싶은 행사나 공간에도 가보고.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해? 싶을 정도로 열심히도 해보고. 좋아하는 것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해야 할 시기인 것 같아요. 노력하다 보면 또 빠져드는 순간이 생기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며 지낼 수 있게 되겠죠. 좋아하는 마음이 귀한 시대에, 오래오래 좋아하는 마음을 지킬 수 있게 노력해봐요🌼

정 - 서울 용산구 청파로47나길 4 2층

한 글자 적힌 간판에서 어쩐지 내공이 느껴지는 숙대입구역 근처의 중식집. 매운 탕수육이 시그니처인데, 짜장면과 함께한다면 적당히 매운맛이 중화되어 금상첨화. 짜장면과 탕수육, 흔한 메뉴를 굳이 찾아가서 먹을 필요가 있나? 싶겠지만 먹어보면 또 아는 만큼 행복해지는 맛. 

비공간 -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27길 69 1층

조용히 책 한 권 들고 찾아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추천하는 연남동의 카페. 메뉴판에 커피, 북, 위스키가 적혀 있는 만큼 조용하고 안락한 공간을 음악이 가득 채운다. 따뜻하고 다정한 친구 집에 놀러온 기분으로 조용히 쉬다갈 공간을 찾는다면 추천. 

위의 버튼을 클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