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혼자만의 공간을 확보한 기념으로, 세탁기 소리를 친구 삼아 책상 앞에 앉았어요. 유난히 사람들과 많이 싸운 한 주였습니다. 집에선 가족과 싸우고, 회사에선 회사 사람들과 싸우고, 밖에선 연인과 싸웠어요. 여기서 싸우면 저기에 기대고 싶고, 저기서 싸우면 여기에 기대고 싶고. 어젠 내 편이었던 사람이 오늘은 열렬히 싸우는 상대가 되고, 어제 열렬히 싸웠던 상대가 또 편안한 내 편이 되어주고. 결국엔 아무렇지 않게 화해하고 다시 서로의 편에 설 거면서, 왜 그렇게 지겹도록 싸우게 되는지. 누군가를 미워하고 탓하다가도 결국엔 품는 감정소모를 반복한 일주일의 끝. 누구와도 싸울 수 없는 혼자만의 오롯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지금 내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질문이라면 오늘 저녁 뭐 먹을까? 정도. 

 요즘은 예능조차도 끝없이 의심하고 갈등하고 부딪히는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를 보고 있는데요. 더커뮤니티엔 각기 다른 사상과 신념을 가진 12명의 입주자들이 함께 살아가고, 더 좋은 방향으로, 더 나은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끊임없이 부딪히는 과정들이 그려져요. 누군가에겐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끝까지 살아남는 게 '더 좋은' 방향을 의미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모두가 살아남아야 하는 방향을 강요하면서 독립된 행동을 막는 게 과연 좋은 방향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죠. 혹은 모두가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큰 목표에 동의하더라도, 그 목표를 이루는 수단과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불일치하기도 합니다. 예능에서조차 목소리를 높이고 부딪히는 걸 보다 보면 피곤하다 싶다가도, 결국 보게 되는 큰 이유는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생각했던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아닐까요.

 첫 인물 소개엔 '어떻게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 싶을 정도로 의견이 달랐는데, 보다 보면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 공감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고요. 신념도 성격도 달라서 절대 가까워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인물들이 서로 친구가 되고 정드는 모습을 보는 것도 신기했어요. 갈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예능에서도 일말의 희망을 기대하는 것처럼, 서로 다르다고 선을 그은 관계에서도 더 나은 방향을 찾고 싶은 게 요즘의 일상인 것 같아요. 저처럼 일상에서도 열렬히 싸우고, 쉬면서도 열렬히 싸우는 예능들을 즐겨보는 분들이 계신가요? 일상의 매운맛을 조절할 수 없다면, 음식의 매운맛이라도 조절해서 담백하고 슴슴한 음식 위주로 먹어야겠다 다짐하게 되네요. 적당히 매콤하고 적당히 담백한 한 주를 보내시기를🌼

망고네 슈퍼 주인장 드림 

 

 새해에 다짐했던 계획들을 생각하면 얼렁뚱땅 3개월이 지나갔어요. 하루하루 할 일을 쳐내는 것도 바쁜데, 자기관리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지?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콘텐츠를 가져왔습니다. <고나리자>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명한 강지영 아나운서가 신입, 회사 대표, 탑골공원 어르신 등 장소불문 인물불문하고 '고나리질'을 하는 게 컨셉인데요. 그중에서도 첫 편인 신입 고나리 편을 가져왔어요. 사실 본격 잔소리(?) 조언 콘텐츠라고 보기엔 어렵지만, 그래도 자신이 구축하고 싶은 이미지가 있다면 그에 맞는 옷을 입는 게 좋다는 말은 와닿더라고요.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는 건 아나운서 직업 특성도 있겠지만, 어느 일을 하든 자신만의 이미지를 뚜렷하게 만드는 건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이번 주엔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미리 그려봐야겠습니다🌼

 

 Q.<패스트 라이브즈>는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반면 정서경 작가는 개인적인 경험을 작품의 아주 작은 부분에만 녹여낼 뿐 지금까지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써본 적이 없다. 

= 정서경: 안 그래도 셀린 송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었다. 자전적인 체험을 영화로 만들고 나면 실제 삶도 변하나. 단지 이게 재미있는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이것을 영화로 만드는 게 스스로에게도 필요하기 때문에 하게 된 일 아닌가. 영화를 본 관객과 감정을 나누면서 그게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고 삶을 더 이해하게 되는 경험을 했을 것 같다. 

= 셀린 송: 덜 외로워졌다. 내가 겪은 일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나도 그런 적이 있다"는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 영화가 어딜 가든 얼마나 멀리 가든 조금씩 영화가 더 커지고 그럴수록 나는 덜 외로워진다. 모두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주말엔 에픽하이 20주년 콘서트를 다녀왔는데요. 같은 가사에 공감하고 열광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더 이상 그 노래는 부르고 만든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 만들 땐 나 혼자만의 이야기로 출발했어도, 지금은 그 노래들을 함께 듣고 추억을 쌓아온 사람들의 것이기도 하구나. 철저히 혼자라 생각했던 시간에 만든 노래들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따라불러줄 때의 기분은 어떨까. 그런 맥락에서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인터뷰를 가져왔습니다.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면서 같은 감정을 느낀 관객들을 만나고, 덜 외로워졌다는 대목이 참 좋았는데요. 영화나 음악을 접할 때 '나 혼자만 이런 게 아니네?' 싶어서 위로받고 팬이 되듯이, 결국 창작자도 관객과 리스너들 덕분에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덜 외로워진다는 게 새삼스럽게 좋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좋은 이야기는 그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살을 붙여 더 멀리 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최근에 어떤 이야기들을 접하셨는지, 이건 진짜 내 이야기다! 하고 공감하게 된 이야기가 있으셨는지도 궁금하네요💞

이레피자하우스 - 서울 용산구 청파로89길 32-3 1층

서울역 근처 골목을 따라가면 나오는 작고 아담한 화덕피자 가게. 곳곳에 붙어있는 손그림 감성의 로고와 포스터가 아기자기하게 공간을 채우고, 바질잠봉버터 피자 등 독특한 메뉴가 시선을 사로잡는 곳. 공간이 아담해서 2~3인 정도가 가볍게 수다 떨기에 딱 좋은 공간.  

백랑 -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15길 23 1층

돼지국밥을 단순히 아재 입맛으로 생각했다면, 그 편견을 깨줄 깔끔하고 세련된 용산의 국밥집. 근처 메종루블랑의 프렌치 셰프가 개발한 돼지국밥으로, 유자새우젓, 청양고추오일 등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알차게 챙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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