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맞이 오프닝이 날아갔습니다. 지금껏 뉴스레터를 쓰면서 오프닝이 날아간 건 처음인데요. 100화를 맞이해서 오프닝을 힘 줘서 썼더니, '야, 그렇게 힘 준 오프닝은 어울리지 않아. 다시 써!' 하는 의미로 날아간 게 틀림없습니다. 마침 흘러나오는 노래가 델리스파이스의 '항상 엔진을 켜둘께'였는데요. 저는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닌데, 마음 속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은 자주 하거든요. 그래서 습관처럼 '아, 여행 가고 싶다'고 종종 말하는데, 그때마다 '그래! 여행 가자!'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어요. 진짜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그렇게 언제든 흔쾌히 나와 여행을 가자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게 늘 든든할 때가 있더라고요. 

 문득 <망고네 슈퍼>도 그런 뉴스레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상이 지치고 힘들 때도 있고, 무언가를 좋아할 여력이 없을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 '이런 건 어때? 이거 요즘 재밌던데!' 하면서 좋아할 만한 것도 같이 나누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상의 안부를 묻는 친구 같았으면 좋겠어요. 제 SNS 소개글은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할래요'인데,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의 엔진을 항상 켜두고 살고 싶어요. (쓰다 보니 노래 제목에 너무 끼워맞추는 것 같지만) 1화를 쓸 때에 비해 달라진 것도 많지만,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일상을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는 생각은 여전하거든요. 

 이렇게 오랜만에 델리스파이스 노래 들으면 새삼스럽게 반갑고 행복하고. 괜히 이 노래를 들으면서 해변가를 드라이브했던 기억이 있는 것만 같고. 100화 기념으로 맥주 한 캔 따서 시원하게 한 모금 마시면서 행복해하고. 이거 빨리 전송 버튼 누르고 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려야지! 하면서 열심히 쓰고.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담은 <망고네 슈퍼>를 쓰기 위해,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일요일을 보냈던 적이 많았습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고, 오늘 있었던 시시콜콜한 순간들을 돌아보고.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잘해보려고 합니다. 기왕이면 별 일 없이 괜찮은 일요일을 보내고 싶고, 그 마음으로 부지런히 책상 앞에 앉아 글을 계속 쓰고 싶어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엔진을 항상 켜둘 테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앞서 소개한 드라마 <플랙> 시즌2 엔딩에서 흘러나왔던 노래. 주인공의 삶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을 향하고, 엔딩크레딧 화면이 올라가면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I'm so tired of me'라는 노래 가사만큼 그 드라마의 엔딩을 잘 설명할 수 없는 말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노래가 끝나자마자 당장 찾아봤던 곡입니다. 살다 보면 내가 나여서 다행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내가 나인 게 지긋지긋할 때도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그렇게 해서 후회했으면서도 또 비슷한 행동을 반복하게 될 때가 있고, 좋은 면을 갖고 있는 누군가를 부러워하면서 '나는 왜 저렇게 못하지? 저게 안 되지?' 하고 스스로를 탓하게 될 때가 있죠. 내가 나인 게 지긋지긋한 기분을 느껴보신 분들이라면, 조금은 씁쓸하지만 분명 위로로 와닿을 노래라고 생각해요. 조금 쌀쌀한 꽃샘추위가 닥쳐올 때 함께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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