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사랑 영화를 보는 이유
인스타그램에서 겨울 사랑 영화 추천 모음집을 봤습니다. 1개 빼고 다 봤더라고요. 저는 겨울보다 여름이 좋고, 특히 여름 영화의 선명한 색감을 훨씬 좋아하고, 사랑과 잘 어울리는 계절은 더더욱 여름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여름 사랑 영화는 본 것도 떠오르는 것도 없고, 겨울 사랑 영화는 이렇게 챙겨본 게 많을까. 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겨울 사랑 영화의 비중 자체가 여름 사랑 영화보다 높은 걸까. 그런 것 같기도 했습니다. 차가운 계절엔 서로를 껴안을 온기가 필요하니까요. 눈이 많이 내리면 고립되기 쉽고, 아무것도 없이 단둘이 남을 때면 사랑에 빠지기 쉬우니까요. 혹은 겨울엔 집에 오래 있게 되니까, 집에 오래 있으면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지니까, 생각이 많아지면 누군가 그리워질 테니까, 그렇게 사랑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 집을 사랑하는 사람 입장에서, 겨울 사랑 영화가 많은 이유는 이렇게밖에 설명이 안 되네요.
생각보다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진 않아요. 로맨스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별로 없는데, 그래도 겨울엔 가끔씩 뜨끈한 멜로나 따뜻한 로맨틱코미디가 보고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작년에도 크리스마스 이브엔 영화 <싱글 인 서울>을 봤습니다. 임수정을 좋아한다는 핑계로 봤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엔 그렇게 가볍고 따뜻한 사랑과 웃음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크리스마스엔 사실 누워서 보냈습니다. 혼자 누워도 재밌고, 둘이 누워도 재밌고, 셋이 누워도 재밌고, 여럿이 누워도 재밌으니까요. 언젠가 했던 소개팅에서 가장 충격받은 말 중 하나는 '누워있는 것도 지겹다'라는 말이었어요. 30분 누워 있으면 지겨워져서 갑자기 일어나 팔굽혀펴기를 하든, 책을 읽든, 설거지를 하든 뭐든 해야 된다고. 어떻게 누워 있는 게 지겨울 수 있지? 온종일 누워 있어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기분이 들 때도 있는데 말이죠.
지겹게 누워있고 싶은 겨울이었는데, 지겹게 누워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12월이었어요. 지겹게 누워있는 건 준비물을 사야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조용한 공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여유와 평화를 보장받는 것. 그 당연한 여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있다는 걸 떠올린 12월이기도 했습니다. 무슨 이야기로 마무리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영화의 구절을 빌려서 마무리하고 싶어요.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더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 (영화 <메기> 중에서) 서로를 껴안을 온기가 필요한 계절이니까, 마음껏 껴안고 사랑하고 따뜻한 연말이 되시길🍎
따뜻한 연말을 기원하는
망고네 슈퍼 주인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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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좋아합니다. 서울이 고향은 아니지만, 서울에서 아끼는 동네가 제법 생겼어요. 사람도 많고 할 것도 많은 도시지만, 무엇보다 서울은 걷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해요. 어느 동네를 걸어도 이야기가 가득한 도시이니까요. 서울, 그중에서도 광화문과 종로를 배경으로 걷고 또 걷고 이야기하는 영화 <미망>을 봤습니다. 영화 <미망>은 이름도 나오지 않는 남녀가 우연히 거리에서 재회했다가,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가, 친구의 장례식을 계기로 다시 만나는 총 3막의 구성을 가진 이야기인데요.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계속 걷고 변하는 풍경들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거리를 함께 걷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겨울에 또 가야지 마음 먹었던 굴 보쌈집, 저기서 밥 먹을까 기웃거렸던 골목길, 역을 지나 발길 닿는 대로 오래 걸었던 청계천 등 제가 걷고 대화했던 공간들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이렇게까지 영화 촬영 장소가 어디인지 다 알 것 같은 영화는 처음이기도 했고요. 3막을 거치며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영화는 변하고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같은 거리를 걸어도 미묘하게 변한 것들, 그리고 변할 줄 알았지만 남아있는 마음들에 대해서도. 서울의 풍경을 사랑하고, 미묘한 기류의 대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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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궁금했습니다. 우리는 왜 태어났는지. 왜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지. 그것들은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졌고, 지금도 던지고 있는 질문들입니다. 우리가 이 세계에 잠시 머무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 세계에서 우리가 끝끝내 인간으로 남는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에 우리의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이 행성에 깃들인 사람들과 생명체들의 일인칭을 끈질기게 상상하는, 끝끝내 우리를 연결하는 언어를 다루는 문학에는 필연적으로 체온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렇게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일은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들의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폭력의 반대편인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함께, 문학을 위한 이 상의 의미를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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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한강 작가님의 수상 소감을 가져왔습니다. 예전에 해외 뉴스를 소재로 영상을 만드는 곳에서 잠깐 일했던 적이 있어요. 아침 일찍 출근해서 하루 동안 쌓인 전 세계의 뉴스를 봤어요. 시위와 전쟁, 지진과 홍수 등의 자연재해, 예상치 못한 각종 사건사고와 가끔씩 벌어지는 기적 같은 이야기들을 매일 아침 수없이 봤습니다. 그 수없는 뉴스 중 어떤 것을 영상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르는 게 제 일이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뉴스를 골라야 채택 확률이 높아지는지 체감할 수 있었지만, 그때 처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세상에 뉴스로 나오지 않는 뉴스들도 참 많구나. 이 일을 하지 않더라도, 매일 아침 전 세계 뉴스를 직접 보지 않더라도, 내가 보고 접하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고요. 시간이 흘렀고 그 다짐을 잊고 살았던 것 같은데, 수상 소감을 읽으며 문득 그때의 현장 영상들이 떠올랐습니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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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담백 두부찌개 한 입🥘
장기하와 얼굴들 - 별거 아니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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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개한 영화 <미망>에는 중요하게 등장하는 삽입곡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거 아니라고>인데요.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나 서울까지 같이 올라온 세 친구는, 한때 자주 가던 그때 그 시절의 술집에 가게 됩니다. 바 형태로 된 작은 술집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예전처럼 노래 한 곡 불러보라는 말에 부르는 바로 그 노래. 사실 이 노래가 이 장면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영화를 봤는데도, 담담한 목소리로 부르는 도입부에서 참 이상하게 흔들리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정말 아끼는 노래고, 정말 많이 들었고, 특히 겨울에 자주 들었던 노래를 영화 삽입곡으로 마주하는 기분이란. 장면도 노래도 모두 아름답고 쓸쓸해서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이 노래를 내내 들으며 돌아왔고요. 영화 촬영지가 된 저 가게는 실제로 공간도 작고, 단골 손님들이 종종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고 하더라고요. 무슨 노래를 부르든 되게 영화 같겠다, 싶어서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또 한편으론 현실보단 영화가 더 아름답지 않을까 해서 환상 속에 묻어둬야 하나 싶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힘들 때, 그냥 다 별거 아니라고 어깨 툭툭 두드려줬으면 싶을 때 많이 들었던 노래인데요. 겨울에 참 잘 어울리는 노래이니 들어보시는 걸 추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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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네 또'갈'집🍋
<망고네 슈퍼> 주인장이 겨울에 또 가고 싶은 공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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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역시 굴보쌈의 계절이지, 생각한다면 꼭 방문할 수밖에 없는 종로 굴보쌈골목에 위치한 식당. 사람도 많고 정신도 없지만, 오징어볶음과 감자탕이 사이드로 나오는 넉넉한 인심과 특유의 분위기에 취하기 좋은 식당.
에무시네마 - 서울 종로구 경희궁1가길 7 복합문화공간에무 2층
경희궁 옆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나오는 작은 극장. 1층에선 음료나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고, 가끔 지하나 앞뜰에서는 공연도 열리는 복합문화공간. 영화관을 나서도 영화가 주는 여운에 잔뜩 잠기고 싶다면 추천하는, 여러모로 아름다움이 가득한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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