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커피 두 잔 먹고 탈이 났습니다. 겨우 커피 두 잔에 이렇게 나약해질 일인가! 커피 두 잔을 먹고 속이 뒤집어져 괴로운 밤을 보내면서, '속쓰림 해결 방법'을 열심히 검색했습니다. 검색 목적은 바로 효과가 있는 약을 찾으려고 했는데, 카페인을 줄이고 야식을 먹지 말고 밥 먹고 눕지 말라는 생활 습관 이야기만 가득하더라고요. 누가 이걸 모르나.. 실천을 못해서 문제지.. 다행히 금방 컨디션을 회복하긴 했지만, 아프고 나서야 의식적으로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커피 먹기가 무서워져서 바로 다음날부터 커피를 안 먹기 시작했는데요. 커피 안 먹고 야근하려니까 회사에 있는 시간이 2배 정도 괴롭더라고요. 원래도 집에 가고 싶은데 2배 정도 더 집에 가고 싶달까요. 겨우 이틀을 버티고, 그다음날엔 디카페인 커피, 그다음엔 작은 사이즈 커피로 돌아가 작심삼일에 그치고 말았는데요. 그래도 커피를 안 마시니까 잠이 잘 오긴 하더라고요. 버티기가 괴롭긴 하지만 확실히 효과가 좋아서, [커피 금지 캠페인]은 주기적으로 실천해볼 만한 작심삼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작심삼일은 뭘 시도하면 좋을까. 애초에 저는 작심삼일이 나쁜 게 아니라, 작심삼일이라도 시도해본 것이 어디인가에 의의를 두는 편이거든요. 한때 좌우명이 '시작이 반이다'인 시절도 있었고요. 기력이 있는 월요일이나 기분이 좋은 금요일에는 하고 싶은 게 200개 정도 떠오르는데 (사실 한 2개 정도 떠오릅니다) 그 이외에는 누워있을 시간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문제인데요. '작심삼일'을 시도하자는 마음으로 지내면, '토일월', '금토일' 작심삼일 패키지를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금요일이니까 맛있는 거 먹어야지, 토요일이니까 맛있는 거 먹어야지, 일요일이니까 마지막으로 맛있는 거 먹어야지, 3일 내내 요일별로 의미부여하며 맛있는 걸 탐구하는 것처럼 새롭고 재밌는 일을 해보면 어때? 스스로를 어르고 달래서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한 해였으면 좋겠습니다. 디제잉을 배우겠다, 도자기 만들기를 배우겠다, 굿즈를 만들겠다, 동네방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꺼내놓은 이야기들이 많은데요. 잘하지 못해도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쏟아부은 시간이 정직하게 보이고, 결국 창고행이 되더라도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그런 것들. 

 이제 정말 미룰 수 없는 진짜 새해입니다. 얼마 전, 침착맨 영상에서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한 해를 통으로 쉴 수 있다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해볼 거라고. 아무것도 안 하고 밥만 먹고 자고를 반복했을 때 진짜 하고 싶어지는 게 뭔지 보고 싶다고. 아마 저렇게 말한 침착맨님도, 우리도, 한 해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통으로 쉴 여유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설날 연휴에 쉬면서 [아무것도 안 하기] 미니 체험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저는 연휴에도 일하지만) 일주일로 상상하기엔 턱없이 모자라긴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할 때의 나는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인지 들여다보는 것도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설날 연휴엔 하기 싫은 말과 일은 피하고,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상상하고, 연휴가 끝나고 남은 한 해엔 하고 싶은 일을 작게라도 실천해볼 수 있는 여유가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심삼일이라도 일단 시도해보면서요. 다음 작심삼일로는 매일매일 책읽기를 시도해볼까 생각 중인데, 혹시 추천하고 싶은 작심삼일 캠페인이 있으시다면 답장으로 알려주세요🌼 따뜻하고 평안한 설날 연휴 보내세요! 

 

망고네 슈퍼 주인장 드림 

 

 착한 사람들이 갖는 나쁜 마음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사람들이 선한 얼굴 뒤에 숨은 악인의 면모를 좋아하는 것처럼요. 그게 고작 일탈이야? 누군가에겐 별로 악행으로 보이지 않는 일들을 일탈이라며 귀엽게 들이미는 사람들. 영화 <파문>은 <카모메식당>, <안경> 등 잔잔하고 따뜻한 영화들을 만든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님의 신작인데요. 사실 자신에게도 나쁜 면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마음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해서, 당장 영화관에 달려가서 봤습니다. 영화 <파문>은 생명수를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주인공이 등장하는데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면서 잔잔한 일상을 이어가던 주인공에게, 오래 전 집을 나갔던 남편이 돌아오면서 (그것도 암에 걸렸다고 선포하면서) 마음 속에 파문이 일기 시작하는 과정을 그렸어요. 생명수를 숭배하고, 수영장에 다니고, 비가 오고, 물이라는 소재에 집중해서 이렇게 영화를 풀어나갈 수 있다니. 누구나 품고 있는 작고 나쁜 마음을 이렇게 귀엽고 끔찍하게 그려낼 수 있다니. 사이비 종교를 믿으며 의식을 행하지만, 슈퍼에서는 성실하게 일하고. 수영장에서 가까워진 친구와 좋은 우정을 나누지만, 암에 걸린 남편에겐 사소한 복수를 계속하고. 보는 내내 자주 피식피식 웃었고, 작고 사소한 장면들도 허투루 쓰지 않아서 영화관에서 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쁜 마음 상상 클럽'이 있다면 가입하고 싶은 분들, 혼자 씩씩거렸다가 식었다가 다 하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좋아하실 게 분명해요💞

Q.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저조차도 가끔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허무주의와 냉소주의에 빠질 때가 있는 걸요. 무엇이 선생님을 여전히 애쓰게 만드나요? 

= 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도대체 왜 이래야 하는가. 결국 천성이겠죠. 천성이 나를 볶는 거죠. 사람들은 내가 돈이 많은 줄 아는데 나, 돈 없거든요? 건물도 없고 돈도 없지만 그게 그렇게 갖고 싶은 적도 없었어요. 그런 건 별로 나를 건드리지 않아요. 나도 생각해봤죠. 이제 그만 은퇴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내가 집에서 누워 있어도 책을 1시간 이상 못 읽어요. 눈도 아프고. 결국 일상이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내 주위에 아픈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게 바로 그 일상이에요. 다른 욕심을 내서 뭘 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 순간에는 그냥 이 병원 밖을 나가서 걸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거죠. 배우라는 직업이 나에게는 일상이에요. 그래서 나한테 오는 배역을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싶어요. 그게 내가 일상을 살아가는 방법이에요.

 이 인터뷰에도 언급되지만,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는 이런 대사가 나와요.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어. 대신, 애써서 해." 살다 보면 가끔 왜 이렇게 애쓰면서 살지? 더 쉽고 가볍게 가는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결국 애쓰는 건 천성인 것 같아요. 아, 너무 애썼고 힘들었는데 티도 안 나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 다음엔 이렇게 애쓰지 말아야지. 그렇게 다짐해도 또 애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많고, 이제는 애쓴 만큼 애틋하고 애쓴 만큼 티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모르는 것 같아 보여도 다 알고 있다는 것도요. 설령 아무도 모른다 해도, 애쓰는 게 천성이라고 인정하면 속이 편해진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게 나의 천성이라면 그렇게 사는 수밖에. 윤여정 선생님의 인터뷰를 읽는 내내 너무 좋아서 무슨 구절을 가져오면 좋을까 고민했습니다. 일을 애써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썼다고 티를 내고 어필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한 세상이라는 걸 자주 깨닫는데요. 티내지도 못할 거라면 애쓰는 게 무슨 소용이지? 그럴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인터뷰였습니다. 새해에도 또 애쓰면서 살아갈 테니까, 애쓰면서도 뭘 위해서 이렇게 살지? 가끔 마음이 헛헛해지는 분들께 추천드리는 진짜 어른의 인터뷰. 이래서 삶을 먼저 살아본 어른이 필요한가 봐요💞

동휴 - 서울 마포구 독막로38길 22 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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