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영화 본 후기
새해 첫 영화를 봤다. 새해 첫 영화부터 졸았다. 씨네토크를 듣겠다고 1시간 거리에 있는 영화관을 갔는데, 오늘 따라 버스 운이 없었고 간신히 영화 시작하자마자 도착했다. 대충 내 자리로 추정되는 빈 자리에 앉았는데 이렇게 이 영화관 단이 낮았었나? 앞사람 키가 큰 건가? 앞사람 머리가 계속 자막을 가려서 반쯤 영어 듣기 평가를 하는 기분으로 영화를 봤다. 결국 포근한 패딩과 목도리 안에서 졸다 깨기를 반복했고 이럴 거면 집에서 편하게 잘 걸... 생각했다. 불이 켜지고 나서 보니 진짜 내 자리는 옆옆 자리였다. 내가 늦었고 내가 잘못 찾았는데 다 내 잘못이지, 별 수 있나. 씨네토크 이야기는 하나같이 좋아서 이 영화를 제대로 보고 들었다면 참 아름다운 밤이었겠다, 생각했다. 졸면서 놓친 장면들이 죄다 아름답게 들렸다.
사실 영화도 비슷한 이야기였다. 꼭 나에게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온 힘을 다해 방해하는 것만 같은 일상을 그렸다. 그러나 결국 정말 하기 싫었던 일상이 예술이 되기도 하는 순간을 그린 영화기도 했다. 그렇게 보면 오늘 하루도 제법 그럴 듯한 영화의 한 장면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영화가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이 영화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하는 모습도 영화 같았다. 비둘기 날개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소재로 나온다)에 대해 토론하는 대화를 엿듣고 싶었으나, 차마 그러진 못했다. 그게 진짜 현실 씨네 토크지... 나이가 먹어도 나는 이런 영화들을 좋아하며 살 수 있을 것인가. 굳이 1시간 거리의 영화관을 가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70대가 되어도 비둘기 날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새해 첫 영화로 개봉하자마자 후기를 남겨야지, 생각하고 뉴스레터의 첫 항목을 비워뒀다. 영화 소개는 대차게 실패했으나, 대차게 실패한 게 웃겨서 쓴 일기로 오프닝을 대체하기로 했다. 요즘은 맥락을 모르는 타인에게 설명하면 재미없는데, 나 혼자 킥킥 웃게 되는 일들이 생기면 메모장에 조금씩 적어두는 습관이 생겼다. 내 일상이 영화라면 결국 내가 이 영화의 감독이자 관객인 셈인데, 나는 제법 그 영화를 웃겨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나에게 웃긴 영화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영화는 지겹게 상영되고 아마 자주 졸다 깨겠지. 깼을 때 만나는 장면들이 종종 아름답고 웃겼으면 좋겠다. 오늘 본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Ps. 영화 제목을 밝힐까 하다가, 이 영화 보다가 잠들었다고 선입견(?)을 만들까봐 밝히지는 않았는데요. 아마 보신 분들이 있다면, 단번에 무슨 영화인지 아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젠가는 제대로 다시 보고 싶긴 하네요. 겨울엔 가까운 영화관이 최고다... 다들 새해 첫 영화 보셨나요?
오늘도 일단 낮잠을 잔
망고네 슈퍼 주인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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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에그인헬 한 입🍳
Apple TV+ <더 모닝 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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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기한이 결과물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죠. 좀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서 마감 기한을 협상하거나, 때로는 마감 기한을 놓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데요. '마감 기한을 놓친다'라는 게 절대 불가능한 게 생방송의 영역입니다. 어떤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기든, 정해진 방송 시간에 맞춰 무조건 생방송이 시작되어야 하니까요. <더 모닝쇼>는 매일 방송하는 아침 TV 뉴스쇼 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룬 드라마인데요. 시트콤 <프렌즈>에서 자매로 출연했던 제니퍼 애니스톤과 리즈 위더스푼이 함께 출연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15년 동안 미국의 간판 뉴스쇼로 호흡을 맞췄던 메인 MC가 직장 내 성추행 문제로 하차하게 되고, 혼자 남은 여성 앵커 '알렉스'는 위기에 처한 [더 모닝쇼]와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주 방송국의 리포터가 공동 진행자가 되고, 보도국 국장, PD, 제작진, 앵커까지 아침 뉴스쇼 뒤에 숨은 복잡한 이해관계과와 권력 싸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요. 한 번도 제대로 마음이 맞은 적 없는 두 공동 진행자가 시즌 끝에서는 어떤 뉴스쇼를 만들어내는지, 그 마지막 화를 위해서라도 이 쇼를 끝까지 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뉴스의 역할을 고민하게 되는 이 시대에, 새해 첫 드라마로도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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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들을 만들기로 했다. 먹고 읽고 듣고 자는 시간을 충분히 구획할 거다. 네가 만화책 보고 청경채 파스타 만들어 먹고 팟캐스트 들었다는 일기를 읽고서 안심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다고 썼지만 생활 속 사월이가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 같아서. 그러는 동안 이미 얇고 좁고 뭉툭한 죽음들을 잘 맞았겠구나, 그리고 그것들 굴리면서 내일을 잘 채비하고 있겠구나 싶어서. 스스로에게 좋은 걸 많이 먹이고 나를 거의 죽음으로 내모는 풍경 앞에도 나아가며 살자 친구야. 라디오도 가끔 듣고. 두려워하면서.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으면서. 어떤 날은 눈물이 질질 나는 대로 흘러내리게 두면서.
사월이 요즘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어디야? 다음 쉬는 날에는 그곳에 함께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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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지나간 연인과 이메일을 주고받은 적이 있는데요. 문자도 카톡도 전화도 아닌 이메일. 언제 보내겠다는 약속도 없이, 쓰고 싶을 때 써서 뜬금없이 도착하는 편지였는데요. 어느 날 버스 안에서 뜬금없이 도착한 이메일을 읽다가, 그가 기쁜 마음으로 쓴 게 분명한 편지가 슬퍼져서 끝까지 못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누군가 나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이 기쁘면서도 슬퍼서. 평소 좋아하는 뮤지션과 시인 둘이서 나눈 편지를 읽으며, 그때처럼 기쁘면서 슬프고, 슬프면서 또 기쁜 기분이 들었어요. 아마 '요즘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어디야? 다음 쉬는 날에는 그곳에 함께 가보고 싶다'로 끝나는 편지를 받는다면, 뭐라고 답장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은 채로 오래도록 그 편지를 읽고 또 읽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훤님이 보낸 편지의 일부를 옮겼지만, 사월님이 보낸 편지도 참 좋답니다. 편지는 수신인이 서로일 때 가장 빛나지만, 널리 세상에 공개해도 여전히 빛을 잃지 않는 편지들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매번 훔쳐보고 싶은 편지들이니, 시간이 되신다면 꼭 전문을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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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올리브치아바타 한 입🌭
김사월 - 프라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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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의 마지막 공연으로 김사월님의 공연을 봤습니다. 서울의 시장 속에 있는 작은 바, 마치 가정집 같은 작은 방에 30명 정도가 모여 앉았어요. 그 작은 공간을 채우는 기타 한 대와 목소리를 들으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더라고요. 아주아주 오랫동안 좋아했던 첫사랑을 오랜만에 재회한 기분이었어요. 홍대의 이층 카페에서 열렸던, 딱 이 정도 규모의 작고 아름다웠던 공연. 스무 살 때 처음으로 혼자 봤던 그 공연에 빠진 이후로 제 20대 초반은 '김사월'을 빼고 말할 수 없었거든요. 그 시절의 저를 알던 사람들은 모두가 그녀의 이름을 알았으니까요. 가장 자유롭고 뜨거울 것 같은 20대 초반에 왜 그렇게 그 목소리를 사랑했을까. 어쩌면 그 시기가 나 자신도 몰랐지만 외롭고 불안정한 시기였구나, 추측하게 되더라고요. 미워하고 좋아하는 일에 에너지를 열심히 쓰던 시절. 그게 감정 소모라 생각하지 않았던 시절. 그 시절을 지나고 정말 오랜만에 노래를 꺼내듣고, 정말 오랜만에 공연을 갔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전히 너무너무 좋아서, 첫사랑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새해의 플레이리스트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 노래들, 무슨 노래를 고를까 하다가 늘 기복 없이 좋아하는 곡을 가져왔어요. '오랫동안 너를 좋아했지 / 얼마나고 하면 나조차 모르게' 공연을 가기 전 썼던 짧은 메모를 같이 덧붙입니다. 여러분에게도 한 시절을 차지한 음악이 있으신가요?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었다. 홍대의 이층 카페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섰다. 미공개곡으로만 구성된 공연이었고 하나도 모르는 노래만 흘러나왔지만 모든 곡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20살, 처음으로 혼자 가본 공연이었다. 사운드클라우드를 자주 찾아들었고 그 작은 카페 겸 바를 혼자서도 둘이서도 여럿이서도 같이 갔다. 카레우동을 먹기도 했고 맥주를 먹기도 했고 커피를 먹기도 했다. 책을 읽기도 했고 글을 쓰기도 했고 수다를 떨기도 했다. 아주아주 아꼈고 좋아했던 그 공간이 문을 닫을 땐 가게 이름이 적힌 머그컵을 사왔다. 아직도 그 머그컵에 종종 물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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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네 이벤트🍋
새해 기념, 열심히 먹고 읽어요! 주인장이 책 선물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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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8967, 임*지 6002, 배*화 2752, 김*진 0735, 김*경 3682
* 당첨된 분들 축하드립니다! 도서는 차주 중으로 발송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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