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은 그만큼 행복할 일이 많을 수밖에
1. 반차를 내고 연희동에 다녀왔습니다. 시간에 쫓기듯이 일하다가 갑자기 오후 햇살 맞으면서 일부러 한참 걸리는 버스를 1시간 동안 타고 가니 좋더라고요. 저녁엔 노래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궁금한 뮤지션의 공연을 보러갈 예정이었고, 마침 한국대중음악상의 결과가 발표된 날이었어요. 저녁에 볼 뮤지션의 노래를 벼락치기로 듣기도 하고, 올해의 음반 상을 받은 앨범도 찬찬히 들었어요. 새롭고 좋은 노래들을 많이 들었고 그것만으로도 벅차게 좋아서 '나 아직도 음악을 이렇게 좋아해...?'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음악 좋아하시나 봐요' 하면 스몰토크인 줄 알면서도 '지금은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 예전엔 좋아했던 것 같아요'라고 꼭 부정을 하곤 했는데요. 그냥 그날 오후엔 좋은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말 그대로 행복하다. 어떤 외부 자극으로 인해 벅차게 좋다고 느낀 건 되게 오랜만이었어서, 새로운 자극을 찾는 건 분명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2. 그날 하루는 정말 손꼽게 행복했습니다. 좋아하는 카페에 오랜만에 가서 책 읽으면서 커피 마시고, 그 옆에 우연히 발견한 국밥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는데요. 정말 작은 가게였는데 사장님과 단골 손님들이 나누는 대화가 도란도란 좋더라고요. 팔은 다 나았는지 안부도 물어보고, 진짜 맛있다고 칭찬하고, 조만간 확장 계획이 있다고 하니 맛있으니까 분명히 잘 될 거라는 대화들. 든든하게 국밥을 먹은 다음엔 궁금했던 책방에 갔는데요. 공간도 좋고 음악도 좋고 책을 고르면서 사장님과 나눈 대화도 좋고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하는 마지막 인사까지도 좋아서 책을 빨리 읽고 또 와야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겨우 반차일 뿐인데 좋아하는 것들로만 꽉꽉 채워서 소비하니까 너무너무 행복하다.. 분에 넘치게 행복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평소 같으면 안 먹었을 텐데 행복의 정점을 찍기 위해 지나가다 궁금했던 젤라또집도 갔습니다. 시나몬에 끓인 사과로 만들었다는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에 도전했는데요. 너무너무 맛있잖아... 심지어 산책 나온 귀여운 강아지도 아이스크림이 탐났는지 제 주변을 맴돌더군요.
3. 그렇게 행복을 쌓아서 백현진 77쑈를 보러갔습니다. 공연도 좋았지만 사실 백현진님이 지나가듯 흘린 말이 참 좋았어요. 요즘은 일을 하는 게 스포츠라고 생각한다고. 재능이 있든, 유전적으로 타고났든, 천재든 뭐든 결국엔 다 체력전이라고. 사실 제가 체력전에 자신있는 타입은 아닌 것 같은데, 그 말이 왜 그렇게 위로처럼 다가왔는지는 모르겠어요. 결국엔 오래 하고 꾸준히 하는 사람이 이긴다는 게, 사실 그렇게 새로울 말도 아닌데. 재능 있는 누군가를 부러워하면서 지내는 것도 아닌데. 하여튼 뭐가 좋았는지 모르겠지만 좋았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오래 하고 싶은 일은 뭘까요. 체력전에 지치지 않고 계속 해나가고 싶은 일은 뭘까요. 언젠가 연희동에 통창이 있는 작업실을 얻고 싶다는 로망이 있는데, 그 로망을 이룬다면 무슨 작업을 할 수 있을까요. 3월인데 눈이 펑펑 오고 도통 종잡을 수 없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이제는 날씨가 따뜻해질 일만 남은 것 같으니까요. 기나긴 겨울을 보내줄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다들 몸도 마음도 따뜻한 한 주 되시길!
Ps. 위에서 말했던 책방 '쏘블루'에서 찍었습니다. 저기서 제가 무슨 책을 사왔을까요!
겨울이 끝나서 좋은
망고네 슈퍼 주인장 드림
|
|
|
담백한 아보카도덮밥 한 입🌿
넷플릭스 <핫스팟: 우주인 출몰주의> |
|
|
평범하게 옆에서 일하던 직장 동료가 갑자기 이런 고백을 한다면? "사실은 나, 외계인이야." 도무지 믿지 못하자, 갑자기 동전을 휘게 만드는 등 별의별 진기명기를 보여준다면? 우연히 정체를 알게 된 외계인, 그리고 그 외계인의 능력(?)을 활용해서 일상의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일드를 가져왔어요. 외계인이라는 큰 주제를 이렇게 사소한 일상과 엮어서 풀어낼 수 있다니. 일상과 기발한 상상력이 함께 엮여서 만들어내는 이상한 이야기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실 보기 전부터 좋을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봤는데요. 역시나 좋더라고요. 큰 힘을 발휘한다든지, 멀리 있는 대화를 엿듣는다든지, 지나간 흔적의 냄새를 다 맡는다든지, 오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외계인이지만 그 능력을 쓰고 나면 열이 오르고 가려움증, 근육통, 관절염에 시달리는 등 소소한 부작용을 겪게 됩니다. 성격도 소심하고 귀가 얇은 편이라 쉽게 혹하고, 또 쉽게 삐지기도 하고요. 이렇게 귀엽고 어이없는 외계인 설정과 세 친구의 끝없는 수다력이 더해지면, 한 편씩 아껴보고 싶은 귀엽고 따뜻한 드라마가 탄생합니다. 어딘가 이상하지만 함께 힘을 모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요. 이상한 상상력과 일상 사이의 경계, 그 어딘가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드립니다🌼
|
|
|
대단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다. 대신 사는 이야기를 담았다. 창작자로서 지키고 싶은 윤리가 있다면, 그것은 솔직함에 대한 추구였을 것이다. 그래서 몸의 움직임을 담고자 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느끼고, 반응하는 시간을 담고자 했다.
함께 언덕에 오르고 싶다. 경치를 둘러보고 싶다. 계곡에서 발이 물에 빠지기도, 그늘 아래 모여앉아 김밥을 나누어 먹기도, 서로의 길흉화복과 어슴푸레한 꿈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이따금 작은 동물들과 만나기도 하면서.
우리는 언젠가 능선에 올라 하나, 둘, 셋, 음악, 만세! 라고 작게 외칠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썼다.
이 세계를 함께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같이 가자고 말하고 싶다.
|
|
|
이 앨범 소개를 보자마자 좋아서 그날 갖고 있던 책의 마지막 장에 옮겨적었어요. 풍경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글을 참 좋아하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떠오른 풍경이 아름다워서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었거든요. 등산을 가본 지 참 오래된 것 같은데, 이 글을 읽으면서 언젠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다같이 등산을 가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사는 것도 평지를 평탄하게 걷기보다는 오르막길을 끝없이 오른다는 기분이 들 때가 많은데, 그럴 때 곁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면 좀 더 힘이 나지 않나. 누군가는 초콜릿을 챙겨오고, 누군가는 아몬드와 견과류를 챙겨오고, 누군가는 아예 유부초밥 도시락을 싸오고, 누군가는 덜렁 아무것도 없이 물만 챙겨왔겠지. 그게 참 너답다, 간식만 봐도 그 사람의 많은 게 보여서 깔깔 웃겠지. 그렇게 쉬었다가 정상에 오르면 뻔한 포즈로 단체 사진도 찍고, 한숨 고르며 멀리 있는 경치도 보고, 올라오니까 좋다며 다음에 또 가자는 약속도 하겠지. 정상에서 '만세'를 외치는 마음을 생각하면, '이런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하는 마음과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 낫지' 하는 마음이 복잡하게 섞여 있겠죠. 사실 앨범 소개도 좋지만 곡도 정말 좋아서, 꼭 노래도 같이 들어보셨으면 좋겠네요🍎
|
|
|
가끔씩 어떤 시기를, 어떤 하루를 구원하는 음악과 문장과 말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누군가 보냈던 카톡 한마디를 고이 접어 꺼내보는 날도, 누군가 카메라 밖에서 했던 오프더레코드를 오래오래 저장해놨다가 꺼내보는 날도, 아예 모르는 타인이 스치듯 건넨 친절에 취약하게 무너지는 날도 있겠죠. 아는 사람에게 뜬금없이 정확히 이해받는 순간도 얼떨떨하지만, 좋은지도 모르고 들었던 음악이 새삼스럽게 하루를 구원하는 기분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로 얼떨떨해요. 이번 주는 내내 빛을 자주 들었습니다. 행복한 날에도 쓸쓸한 날에도 지친 날에도 잠이 오지 않는 날에도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도 모두. 적당한 여백과 풍성한 사운드와 아름다운 가사, 어느 날에 들어도 좋았고 때로는 정말 그 하루를 구한 게 이 노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너로부터 오묘한 다정한 세 갈래 빛이 / 내 눈 속으로 머릿속으로 마음속으로 / 아주 깊숙이 스며서 머무네'. 가사처럼 오묘하고 다정한 노래라고 생각해요. 한예리 배우가 나오는 MV에도 그 오묘하고 다정한 빛이 생생하게 담겨서 참 아름답고, 아주 좋아하는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에서 삽입되었던 노래기도 합니다. 아주 밝은 낮의 햇살을 받으며 나른하게 들어도 좋고, 아주 어두운 밤 빛이 필요한 날 들어도 잘 어울려요🌼
|
|
|
망고네 또'갈'집🍋
<망고네 슈퍼> 주인장이 다녀오고 또 가고 싶은 장소들 |
|
|
실로 반 갈라먹는 정갈하고 예쁜 찹쌀떡과 커피를 파는 경복궁역 근처의 카페. 유자, 앙버터, 딸기, 무화과 등 각종 과일과 팥이 가득 들은 각양각색 찹쌀떡이 참 아름다워서 선물하기도 좋은 곳.
햇살과 식물이 가득한 브런치 감성 식당에서 정갈한 한식을 먹고 싶다면 추천하는 경복궁 근처의 식당. 통삼겹/고기볶음 쌈채소 정식 등 쌈과 반찬, 된장찌개가 한상 풍성하게 나오고, 통창 햇살이 가득 드는 공간도 아름답다. 단 웨이팅이 많은 편이니, 미리 예약하는 편을 추천.
|
|
|
취향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면,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위의 버튼을 클릭해 주세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