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X 황선우 작가님의 [하와이 딜리버리] 출간 소식을 접했어요. 바닷가가 고향인 두 작가님이 은퇴하고 언젠가 차릴 바닷가 옆 바를 상상하면서, 그곳에서 흘러나올 플레이리스트를 번갈아가며 선곡했는데요. 그렇게 선곡한 곡과 소개글을 SNS에 꾸준히 올렸고, 그 몇 년 치의 내용을 모아서 출간했다는 기획을 보고 너무 좋잖아... 생각했습니다. 교환일기처럼 누군가와 선곡을 번갈아가며 주고받는 과정을 생각하면 어쩐지 귀엽고 애틋하지 않나요.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하고 취향을 나누는 것에 주저함이 없던 시절엔, 그 사람이 좋아할 것 같은 노래를 종종 추천해줬어요. 내가 건네는 위로는 어딘가 모자라고, 이 노래 가사가 그 역할을 대신해줬으면 좋겠다. 돌이켜 보면 INFP의 플러팅일 때도 있고, INFP의 위로일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잘 통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저 기획을 보며 나도 어딘가에 정리를 좀 해놓을 걸,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남겨봐요. 

 여기 소개한 노래들은 전부 [망고네 슈퍼]에서 소개했던 곡들이에요. 진짜진짜 좋아하지 않으면 남들에게 추천해주지 않으니까. 내가 이 노래를 들으면서 행복했거나, 위로받았거나, 즐거웠거나, 슬펐거나 했던 감정들을 조금이나마 나눠주고 싶어서 추천했으니까. 물론 그냥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에겐 '그냥 너무 좋아!!' 하고 추천할 때도 있지만요. 그래서 저는 누군가 노래를 추천해준다면, 취향이 아니더라도 최대한 듣고 구구절절 어디가 좋았는지 답을 보내주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제는 노래 선곡을 주고받을 친구들도, 취향이 아닌 노래를 듣고 구구절절 좋은 이유를 쓸 기력도, '갑자기 이런 노래는 왜 보내는 거지?' 이해받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고 노래를 추천하는 용기도 점점 사라지는데요. 그래서 저 [하와이 딜리버리] 기획이 참 좋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어요. 최근 누군가에게 노래를 추천해준 경험이 있나요? 

망고네 슈퍼 주인장 드림 

 

 서울국제도서전을 갔을 때, 먼 발치에서 평일 점심 메가커피 알바생처럼 일하던 박정민 대표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그 이후로도 한동안 SNS에 박정민님이 부스에 다녀가셨다, 우리 부스에서 이 책을 가셨다라는 후기를 종종 볼 수 있었어요. 아예 사무실 바닥에 앉아서 유선 마이크를 들고 어떤 책을 샀는지 소개해주는 영상은 귀해서 가져왔습니다. 그동안 패션 하울은 많이 봤어도, 이렇게 많은 책을 쌓아놓은 리뷰는 본 적 없는 기분이 들어서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200만원 넘게 쓴 박정민님이 고른 책을 소개해주는 영상인데요. 저도 다녀왔지만 이렇게 재밌고 다양한 책이 많았다고? 싶더라고요. 70장의 티셔츠, 70장의 이야기 - 티셔츠에 얽힌 개개인의 사연을 모은 인터뷰집, 자기들끼리 말도 하고 사람들을 지켜보는 식물의 사회생활을 담은 책, 박정민 배우가 출연한 영화 마케팅을 담당했다가 퇴사하고 소설가가 된 분의 책 등 책마다 사게 된 이유, 얽힌 사연들을 풀어주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별거 아닌 에피소드도 재밌게 풀어내는 게 박정민 배우의 매력인 것 같기도 하고요. 요즘 무슨 책 읽지? 이 한여름의 더위에 고민이 많았던 분들이라면 한번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Q. 양봉을 1년이나 배우셨다고요. 

= 처음엔 한 달 과정을 배웠는데, 너무 재밌어서 1년 실전반을 등록해버렸어요. 사실 처음 듣는 한 달 과정은 벌에 대한 기초 지식을 배우는 정도거든요. 이 수업을 듣고 나면 실전반을 등록할 수 있어서 바로 듣게 됐는데, 수강생들 각자 벌통을 관리할 수 있는 터가 있어서 거의 매주 갔었어요. 한 시간은 이론, 한 시간은 벌통 돌보기를 했는데, 양봉이라는 게 정말 사계절을 거치며 해봐야 하는 일이라는 걸 1년 해보면서 알게 됐어요. 

Q. 양봉이 소설을 쓰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전혀 무관심했던 세상을 인식하게 되는 경험을 한다는 측면에서 그래요. 한 번 인식하고 나니 그것만 보이고, 항상 신기하고요. 벌을 관심 있게 보기 시작하니 정말 많은 게 바뀌었어요. 벌에 대한 모든 걸 찾아보게 되고, 찾아보니 벌과 관련된 영화, 책 같은 것이 이미 정말 많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고요. 또 새롭게 배운 건 벌들이 꿀을 채취하는 식물로는 그냥 꽃만이 아니라 관목이나 화양목 같은 것도 있다는 사실이에요. 가장 의외의 밀원은 토끼풀이었는데요. 왜 토끼풀 하면 으레 잡초라고 생각하잖아요. 거기에 꿀이 있을 줄은...... 지금은 토끼풀 씨앗을 사다가 뿌려놓기도 했어요. 

 [민음사 유튜브] 채널을 보다가, 정기현 편집자님이 파쿠르도 배우고 취미로 양봉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접했어요. 파쿠르와 양봉. 살면서 한 번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 영역인데, 저런 걸 배워야 일상의 에피소드가 생기고 소설을 쓸 아이디어가 생기는 걸까? 마침 궁금해하던 찰나에, 정기현 작가님의 인터뷰가 올라와서 읽어봤어요. 전혀 무관심했던 세상을 인식하게 된다는 말이 참 좋았습니다. 뭔가를 알기 전과 후는 확실히 세상이 바뀌는 것 같아요. 그게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고 할지라도. 최근 무언가를 배우거나 새롭게 시도해봤을 때 나의 세상이 바뀐 게 있나? 생각해봤거든요. 얼마 전엔 청계천에 처음으로 발을 담가봤어요. 여름밤에 사람들이 다 청계천에 모여 있길래, 발 담그면 진짜 덜 더운가? 좋은가? 싶어서 저도 해봤거든요. 너무 시원하더라고요. 마침 근처에선 버스킹이 열리고,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들, 친구들 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그 여름의 풍경이 좋았습니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기엔 너무 사소하지만, 이래서 여름에 계곡 가는구나 싶더라고요. 여름 계곡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걸로 쳐주지 않으시겠어요? 

동그마리 - 서울 중구 서소문로 115 한산빌딩 지하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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